유진투자증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국제 증시 폭락이 리먼 사태와 같은 금융위기로 보기는 이른 국면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기업들의 막힌 현금 흐름과 미국ㆍ유럽의 소극적인 정책에 따른 위험이 상존한다고 봤다.
허재환 연구원은 “글로벌 주식시장은 통상적인 조정 범위(-20% 내외)를 벗어났다”라며 “실제로 경기 침체가 가는지 여부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관건은 이번 코로나 위기가 금융위기, 즉 리먼 급으로 확산될 것인지 여부”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위기로 보기는 이르다. 2008년과 같은 미국 가계부채 또는 금융기관 위기로 단정 짓기는 어렵기 때문”이라며 “현재는 부채 상환 능력(solvency)이 아니라 현금 흐름(cash flow)의 문제다. 코로나 19로 경제활동이 멈추며 현금이 부족한 기업들이나 가계의 자금난이 발생할 우려가 높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주말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유럽에서 내놓은 대책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모습이라는 평가다. 허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유럽인들의 입국을 30일 동안 금지하며 전염병 앞에서 자국민 우위 정책이 우선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줬다”라며 “ECB도 TLTRO 조건 완화를 비롯해 정책 대응을 강화했다. 그러나 금리는 동결했고, 재정정책 역할을 강조했다. 무엇이든 하겠다는 의지보다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국제 증시 주가는 상반기 경기 침체 가능성을 이미 반영한 것으로 판단했다. 악재에 대한 민감도가 고점을 찍었다는 분석이다.
허 연구원은 “시점 상으로도 주가의 추가 하락은 진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또는 IT버블 당시 글로벌 주가 하락은 훨씬 더 길고 깊었지만 그래도 주가가 -30% 하락한 다음에는 한두 달 동안 숨 고르기를 보였다”라며 “향후 관건은 역시 정책이다. 미 연준은 FOMC 회의를 이틀 앞두고 전격적으로 금리를 0%로 인하했다. 다만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기업 도산을 막는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