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세종 장재영 M&A 변호사 “펀드의 시대, 카브아웃 딜이 대세”

입력 2020-03-13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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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형 PEF 안 끼는 딜이 없어…코로나 지나면 밀렸던 M&A 몰릴 것”

▲장재영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변호사 (사진제공=세종)

“지금은 결국 사모펀드(PEF)의 시대다. 펀드가 워낙 많아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웬만한 거래는 안 들어가는 건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우리나라도 기업과 펀드 위주로 시장이 정리될 것이다.”

장재영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변호사는 12일 서울 청진동 디타워 사무소에서 진행한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이전과 달리진 업계 특성으로는 사업부문을 분리해 매각하는 카브아웃(carve-out) 딜을 지목했다.

장 변호사는 “펀드도 대형과 중소형으로 나뉘는데 대형도 그렇지만 중소형 PE는 정말 열심히 뛴다”면서 “1940~1950년대생 개인 오너들이 은퇴하는 시기인데 자녀가 물려받기 어렵고 성장성에 한계가 있으면 거의 매각하는 추세다. 중소형 PE들은 그런 회사들을 찾아다니는데 중소형 알짜회사는 매물이 거의 없을 정도”라고 전했다.

폐기물 업체부터 생수 원천, 축산농가, 암호화폐까지 돈이 되는 사업이라면 뭐든 뛰어든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예전과 달라진 요즘 트렌드는 카브아웃 딜이 많다는 점”이라며 “이전에는 회사 내 사업부를 모았다고 한다면, 요즘에는 가능하면 좋은 사업이나 회사를 쪼개서 팔거나 투자를 받는다. 분할을 하면 깨끗한 회사가 되기 때문에 단순하게 주식 거래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구조화된 딜이 많다”고 부연했다.

국경 간 거래(크로스보더 딜)에서 국내기업이 해외기업을 인수하는 아웃바운드도 특징으로 꼽았다.

장 변호사는 “개인적인 생각으로 우리나라에 산업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면서 “인구구조가 변화하면 유통업 등 대부분의 산업이 어려워질 것이다. 그럼 아웃바운드로 많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나가서 실제로 재미를 본 회사는 별로 없다”며 “많은 회사들이 시행착오를 겪었고 쉽지가 않지만 앞으로는 어쨌든 나갈 수밖에 없다. 해외시장 중에서도 동남아시아, 베트남은 워낙 많이 들어갔고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로 많이 진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기업이 국내기업을 인수하는 인바운드에 대해서는 “우리의 인구구조나 성장속도를 봤을 때 제한된 분야에서 들어올 것”이라며 “화학이나 ‘배달의 민족’ 같은 4차산업, 독특하고 새로운 유통구조의 비즈니스, 바이오 등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몇 개 분야는 인바운드가 되지만 그 외에는 쉽지 않다”고 관측했다.

바이오 다음으로 올 유망 분야로는 4차산업을 들었다.

장 변호사는 “바이오는 지금 많이 침체됐는데 1~2년 내에 옥석이 가려질 것으로 본다”면서 “소비가 무너지는 인구구조 변화는 정말 심각한 문제다. 기존에 있는 사업구조들이 지탱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른 분야를 찾는데, 커넥티드카나 우주산업 등이 각광을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2003년 변호사를 시작한 그는 3년차부터 M&A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변화하는 트렌드에 따라 나오는 새로운 산업 구조를 계속 배우면서 일하고, 다양한 분야의 회사와 거래하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그동안 진행한 수많은 딜들 중 기억에 남는 건으로는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와 SKC의 화학사업 분할 매각, 미래에셋자산운용-휠라코리아의 골프브랜드 타이틀리스트 인수 등을 꼽았다.

장 변호사는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2011년부터 맡았는데 2017년에서야 1차적으로 마무리됐다”며 “처음에는 투자은행(IB)도 3군데나 들어와서 한 번에 끝날 줄 알았는데, 금융관련 인허가 규제가 복잡해서 이렇게 오래간 것이다. 결국 쪼개고 붙이고 지주회사를 없애서 됐는데 우여곡절이 많은 만큼 어려웠던 딜”이라고 회상했다.

타이틀리스트 딜에 관해서는 “2011년도 거래였는데 미래에셋이 주도해 휠라코리아와 함께 미국 내 최고 골프브랜드 회사를 인수한 건으로 12억2500만 달러 상당”이라며 “당시 미래에셋에 자문을 제공했고 촉박한 일정에서 투자자들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해 잘 마무리됐다”고 기억했다.

그는 “이후 휠라코리아는 신주인수권을 행사하고 미래에셋의 지분을 추가 매입해 최대주주가 됐고 미국에 상장도 했다”면서 “국내회사가 진행한 아웃바운드 딜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라고 제시했다.

SK그룹과 관련해서는 “그룹 계열사 SKC가 화학사업을 분할해서 쿠웨이트 국영기업에 지분 49%를 매각한 건으로 2월 29일에 클로징 했는데 3년이 걸렸다”며 “중동에 출장도 많이 가서 협상했는데 국영기업이다 보니 의사결정이 느리고 주장이 강해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SKC가 근래 큰 딜을 3개 했는데 화학사업과 SKC코오롱PI를 매각하고 그 자금으로 KCFT를 인수한 것”이라며 “화학에서 소재로 비즈니스 모델을 아예 바꾼 것이다. 3년 전에 시작한 거니까 그때부터 변화를 시도한 것인데, 시장에서도 다시 평가해 주가가 많이 올랐다”고 덧붙였다.

장 변호사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업계 영향도 털어놨다.

그는 “세계적으로 하는 글로벌 딜에서 한국 파트를 맡고 있는데 며칠 전에 외국에서 연락이 와 일단 중단됐다”면서 “코로나 때문에 비더(응찰자)가 안 나타날 것 같다고 해서 보류됐다. 자문사와 연락해 봐도 슬슬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M&A는 사람이 만나서 협상을 하고 조율해 풀어나가는 과정”이라며 “비디오 컨퍼런스를 할 수는 있지만 비효율적이다. 클라이언트들이 만나는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고, 내부적으로도 재택 업무를 보면 제대로 딜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장 변호사는 “앞으로 코로나가 몇 달간은 분명히 영향을 줄 테지만 줄어들 것”이라며 “회사들은 일을 벌여야 하니 상반기가 지나고 하반기가 되면 일이 많아질 것이다. 더 빨리 더 많이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소망했다.

▲장재영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변호사 (사진제공=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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