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 ‘넥스트 코로나’, 중국 사회의 변화는?

입력 2020-03-1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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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 (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거의 두 달간 외부 출입을 못 하고 집에만 있다 보니 못하는 요리 수준이 엄청 늘었다”는 웃픈 얘기를 하는 중국 친구들이 많아졌다. 중국의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비록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중국인들 마음은 꽁꽁 얼어붙어 있다. 지방 도시마다 다르지만 빠른 곳은 이미 지난 2월 25일부터 생산조업 활동이 시작되었고, 그 밖의 다른 도시들은 대부분 3월 초부터 정식 출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각 지역사회마다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에 대한 방역을 여전히 강화하고 있고, 불안과 공포 심리로 인해 사람들이 최대한 이동하지 않아 중국의 현재 분위기는 여전히 침체되어 있다.

특히, 몇 차례에 걸친 확진자 수 통계기준 변화에 따른 통계 의구심과 구멍이 생긴 방역 시스템에 대한 논란이 SNS 공간을 뜨겁게 달구면서 많은 중국인들의 불안과 공포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방역 시스템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두 가지 사례를 들어보면 첫 번째는 허 씨 아줌마의 우안 탈출기이다. 허 씨 아줌마는 베이징 출신으로 지난 2월 22일 우한 감옥소를 출소하는 날에 맞춰 베이징에 있는 가족들이 우한에 내려왔고, 허 씨 아줌마는 가족들과 함께 무사히 베이징으로 돌아왔다는 내용을 SNS에 올렸다. “저는 코로나바이러스 검사 결과 음성이니 너무 걱정 마세요.” 중국 SNS상에서 이런 허 씨 아줌마 얘기를 보고 사람 간 갑론을박이 시작되었다. ‘봉쇄된 우한에서 어떻게 베이징으로 돌아올 수 있었는지 이해가 안 간다’ ‘분명 관시(關係)나 뇌물을 써서 우한을 빠져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등등 여러 추측이 난무하다. 문제는 이러한 허 씨 아줌마와 같은 사례가 많을 것이라고 중국인들은 걱정하고 있다. 다시 2차 감염 확산이 진행될 수 있다는, 보이지 않는 두려움이 중국 사회를 감싸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우한 봉쇄기간에 약 14만 개의 휴대폰 번호가 우한을 빠져나갔다는 논쟁이다. 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 및 차이나텔레콤의 우한 지역에 등록된 휴대폰 번호 13만8700개가 2월 우한 봉쇄기간에 우한 지역을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약 14만 개의 우한에 등록된 번호 소유자가 봉쇄된 우한에서 어떻게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논쟁이 모바일을 통해 확산하고 있다. 중국은 개인정보 감시에 매우 뛰어난 기술력과 역량을 가지고 있는 국가다. 특히 작년 12월 1일부터는 중국에서 새로운 휴대폰을 구입할 때 반드시 얼굴 정보를 등록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는 상태이다. 차이나유니콤의 경우 신규 가입자의 정면 모습은 물론 고개를 돌리거나 눈을 깜박이는 모습까지 촬영해 등록하는 등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감시하는 중국의 빅브라더 사회가 이를 모를 리 없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이를 은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중국인들의 의심과 불신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중국의 지역사회는 외부인들의 방문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고, 생계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출근은 하지만 심리적 불안감은 아직 강하게 남아 있는 상태다. 이처럼 코로나19는 점차 중국 사회의 전반적인 생활방식을 바꾸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중국 사회는 어떻게 변화될까? 첫째, 위생관념에 대한 중국인들의 인식을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되고 있다. 그동안 낙후된 중국 위생시스템과 위생환경에 대한 인식을 10년 정도 앞당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태를 통해 위생과 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더욱 인식하며,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전통적 식사문화의 변화가 있을 것이다. 중국인들은 흔히들 “날아다니는 것은 비행기 빼고 다 먹고, 굴러다니는 것은 자동차 빼고 다 먹고, 네 발 달린 것은 책상 빼고 다 먹고, 바다 속에 있는 것은 잠수함 빼고 다 먹는다”는 우스운 얘기를 하곤 한다. 2003년 사스의 영웅이라고 불리는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정원 원사도 “중국인들이여, 이제 야생동물 등 아무거나 함부로 먹으면 안 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중국 정부는 야생동물 및 혐오스러운 음식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진행하고 있고, 많은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그릇된 식사문화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셋째, 혁신적 소비패턴의 변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이미 중국은 몇 년 전부터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 중심의 소비패턴으로 변화하기 시작했고, 이번 사태를 통해 그 추세는 더욱 확산할 것으로 예측된다. 빅데이터 기반의 생산·물류·유통 시스템이 더욱 빠르게 확산하고, 중국인들도 과거 단순 소비주체로서의 역할을 넘어 제품 생산과 판매에도 직접 관여하여 해당 제품의 생산단계부터 유통에 이르기까지 소비자의 권리를 행사하는 프로슈머(prosumer)로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이후 변화되는 중국 사회에 우리도 준비가 필요하다. 위기는 항상 기회를 동반하기 때문에 ‘넥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우리 기업의 새로운 중국 진출 프레임을 지금부터 구상해야 한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 경제통상관 및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했다. 또한 미국 듀크대학에서 교환교수로 미중관계를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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