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과 경쟁 안해” 신동빈 롯데 회장의 디지털 교과서는 아마존?

입력 2020-03-0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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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라인 결합한 옴니 서비스에 높은 관심…이달말 론칭 '롯데온'으로 구현 전망

▲신동빈 롯데그룹

“유통 최첨단 ‘아마존(Amazon)’서 배워라”(2016년 12월) VS “연 1조 적자내는 기업(쿠팡)과는 경쟁 안해”(2020년 3월)

아마존과 쿠팡, 미국과 한국을 대표하는 두 온라인 업체에 대한 신동빈 롯데 회장의 평가가 엇갈려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최근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롯데의 온라인 경영 전략을 엿볼 수 있는 실마리로 보고 있다. 이달 말 정식 출범할 롯데의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ON)을 통해 한층 진일보된 온ㆍ오프라인 전략, 즉 롯데만의 ’옴니‘ 서비스를 들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전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의 인터뷰에서 “실(實) 점포에서의 성공 경험을 모두 버리겠다”면서 사상 최대 규모의 점포 구조조정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핵심 자회사인 롯데쇼핑이 보유한 대형마트(슈퍼)와 전문점(양판점), 백화점 가운데 채산성이 없는 약 20%, 총 200개의 점포를 올해 안에 정리한다는 것. 이 같은 발언은 지난달 롯데가 국내 언론을 통해 밝힌 ‘2020년 운영 전략’과 같은 내용이다.

인터뷰 내용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국내 이커머스 업체에 대한 평가를 내놨다는 점이다. 신 회장은 온라인 경쟁상대로 꼽히는 쿠팡에 대해 “매년 1000억 엔(1조원) 이상의 적자를 내면서도 주주로부터 보전을 받을 수 있는 기업과는 경쟁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소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쿠팡이 국내 이커머스 업계 1위로 입지를 굳히고 있지만 지난해 1조원이 넘는 대규모 영업손실을 내면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만큼 과도한 출혈경쟁에 합류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아마존 로고. AP연합뉴스

이는 신 회장이 줄곧 ‘아마존’을 혁신 대상으로 언급해 온 것과 대조된다. 신 회장은 2016년 11월 롯데그룹 정책본부 주간회의에서 ‘아마존 고’ 동영상을 언급하며 상당한 관심을 보인 바 있다.

이에 당시 황각규 정책본부 사장은 ‘아마존 고’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함께 시연 동영상 링크가 담긴 이메일을 정책본부 전 임직원에게 보내기도 했다. 황 사장은 이메일을 통해 “시애틀에 있는 서점을 오픈한 이후 식료품까지 오프라인 매장을 확장하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아마존’은 같은해 12월 열린 ‘하반기 그룹 사장단 회의’를 통해 또다시 신회장의 입을 통해 언급된다. 그는 임직원에게 “IT 혁명을 필두로 한 4차 산업혁명이 시대의 화두”라며 ‘아마존’에서 배울 것을 당부했다. 업계에서는 고객의 소비 패턴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급격히 바뀌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전략으로 ‘아마존’ 방식을 낙점하고 본격 추진에 나선 것을 이 때로 보고 있다.

‘아마존’은 온·오프라인 결합을 잘 활용한 유통사로 꼽힌다. 온라인으로 시작했지만 ‘아마존 고’와 ‘홀푸즈마켓’ 외에도 많은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점 체인인 ‘아마존북스’와 온라인 쇼핑 고객들에게 높은 별점을 받은 상품들을 모아 판매하는 ‘아마존 4-스타’ 매장을 꼽을 수 있다. 최근에는 ‘아마존고’의 5배 크기의 무인 식료품 스토어까지 내놨다.

이런 오프라인 매장들은 제품 전시장과 팝업스토어 역할을 하는 동시에 ‘아마존락커’(아마존 무인 택배함)를 설치하는 장소로도 활용된다. 이처럼 아마존은 오프라인 매장을 전시장이자 유통 물류의 거점으로 활용하면서 고객에게는 편리함을, 회사에는 비용 절감과 효율성의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마트)

롯데가 옴니 채널을 추구하는 전략 역시 이런 ‘아마존’ 방식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옴니채널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바일 등 모든 소비 채널을 연결하는 것으로 롯데의 미래 사업 방향이다. 다만 다른점은 아마존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진출한 것과 반대로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으로서 온라인 영토 확장을 노린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들어 이러한 롯데의 옴니 채널 시도는 속도를 내고 있다. 온라인 몰에서 결제한 상품을 인근 백화점이나 편의점, 롯데리아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픽업할 수 있는 스마트픽 서비스는 물론 최근에는 롯데마트는 디지털 풀필먼트 스토어롤 선보여 1시간 내로 배송이 가능항 ‘바로배송’ 서비스를 내놨다. 온라인으로 주문시 상품을 바로 가져다 주는 ‘고객의 냉장고’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살생부에서 빠진 편의점도 오프라인 거점으로 활용도가 높다. 신 회장은 인터뷰를 통해 “디지털화를 추진해 현재 1만 곳 이상인 편의점 등 오프라인 매장과 인터넷의 연계를 강화해 매출 증대를 노리는 ‘옴니 채널 전략’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신 회장의 옴니 채널에 대한 의지는 이달 말 정식 론칭할 ‘롯데온(ON)’에서 정점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롯데온’은 백화점과 마트, 롯데하이마트 등 별도로 운영하던 온라인 쇼핑몰 사업을 통합하는 기능과 함께 오픈마켓의 특성까지 갖춘 독자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계열사가 합작한 온·오프라인 통합 채널 ‘옴니’를 핵심 역량으로 육성해왔다”면서 “국내 쿠팡과 경쟁하지 않겠다는 것은 롯데가 이달 말 내놓을 ‘롯데온’이 그만큼 독자적인 플랫폼이라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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