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금] 금융위기보다 전염성 강한 신종 바이러스부터 세계경제를 지키는 법

입력 2020-03-0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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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최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지난 사스 사태와 유사한 정도의 유행병으로 알고 과도한 심리적 위축을 걱정하다가, 결국 우리나라의 신규 확진자 수가 중국을 앞지르면서 세계에서 가장 큰 전염병 창궐 국가가 되었다. 당초에는 중국 생산기지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초래되는 중국발 공급사슬의 붕괴를 걱정하다가, 결국 한국 내 모든 산업생산 기지가 가동 중단 위기에 직면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 결과 코로나19 이후의 세계경제를 우려하는 국제적 시선은 한국의 바이러스 사태 진전에 주목하고 있다. 왜냐하면, 비교적 의료 여건과 의료 기술이 선진적인 한국에서의 사태 전개 과정은 최근 이탈리아와 이란 등지로 급속히 확산 중인 바이러스의 미래를 점치는 데 매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즉 세계 대부분 국가의 의료 여건이 한국보다 열악한 상황에서 최근 추세처럼 신종 바이러스가 확산할 경우, 중세 유럽에서 발생했던 흑사병에 준하는 사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종 바이러스 사태 초기에는 이번 사태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할 때, 과거 사스 때의 경험에 준하여 그 영향이 비교적 제한적일 것으로 보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2019년 6.1%에서 2020년에는 5.6% 정도로 위축될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러나 2003년 사스 사태 때 중국의 세계 경제에서의 비중이 4%였던 반면 2019년에는 17%로 증가하였을 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주요 제조업 생산기지가 중국으로 이전하였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번 신종 바이러스 사태가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은 기존에 경험하였던 것과는 괘를 달리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즉 중국으로의 원부자재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던 호주, 아프리카, 중남미, 중동 경제가 직격탄을 맞는 것은 물론, 일본도 2019년 4분기에 이미 -6.3%의 성장률을 보였으며, 독일까지 침체 국면의 위기에 봉착한 가운데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현실화하면서 유럽 경제 전반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이에 더해 최근 미·중 간 무역전쟁이 1단계 합의에 도달하여 소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중국이 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 구매 약속의 실현 가능성이 모호한 가운데 언제라도 미·중 간 무역전쟁이 재개될 불안이 상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보태어진 신종 바이러스 사태는 미·중 무역전쟁이 이미 촉발시킨 탈세계화(de-globalization)의 흐름을 더욱 가속화시켜, 글로벌 가치사슬(GVC) 대신 지역 가치사슬(LVC)을 고착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근까지 안정적 세계 경제의 거버넌스 역할을 했던 브레턴우즈 체제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국제적 충격에 직면했을 때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선진국들이 그 충격의 흡수를 위하여 다양한 협력과 개도국에 대한 지원을 통하여 성공적으로 위기를 극복해 왔었다. 최근 세계가 직면한 신종 바이러스 사태와 관련하여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국제적 협력을 통해 해결책을 도출해내는 리더십이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학적으로 이 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을 가장 잘 갖춘 나라는 결국 선진 의료기술과 대규모 의료시장을 갖고 있는 미국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슬로건과 함께 그저 뒷짐을 지고 미국 내에서의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만 관심을 가질 뿐, 전 세계적 사태를 구경만 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미국의 무책임하고 부도덕하기까지 한 전략은 단기적으로 미국의 시장을 잃을 뿐만 아니라, 미국 스스로도 이 바이러스 사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결과를 나을 것이다.

참담한 트럼프 행정부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정책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는 미국 민주당의 무능함 덕분에 트럼프의 재선은 거의 확실시된다는 예측마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세계 경제의 몰락, 아니 그 이전에 미국 경제의 몰락을 막기 위해서도 미국과 서방 선진국들이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도록 긴급 의료 및 재정적 지원과 같은 국제 협력을 주도하도록 다양한 형태의 국제적 압력과 노력이 절실하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 정부가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대처를 위한 남북 간 협력 및 일본·중국과의 정책공조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지금까지의 실정을 만회할 수 있는 적절한 제안으로 보인다. 금융위기보다 국경 간 전염성이 더 큰 감염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협력체제를 갖추는 노력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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