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거래 '희비'… 강남4구 '찬바람', 동북4구 '봄바람'

입력 2020-03-02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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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ㆍ노원ㆍ도봉ㆍ강북구 거래 '활기'… 강남4구 매매 비중 13%로 '뚝'

12ㆍ16 부동산 대책 여파가 이어지면서 서울 강남권 고가아파트 거래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12ㆍ16 대책 영향권에서 비켜선 서울 동북권에선 거래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아파트값도 오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올 1~2월 체결된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계약은 1일 기준 9048건이다. 12ㆍ16 대책이 나오기 직전인 지난해 10~11월 두 달 동안 체결된 계약 건수(2만3023건)보다 절반 넘게 줄었다. 매매 계약 후 실거래 신고까지 60일 동안 유예기간이 있어 거래량이 줄어들 순 있지만 지난해 하반기만큼 거래가 활성화되긴 어렵다는 게 부동산 업계 시각이다.

권역별론 동북4구(성북ㆍ노원ㆍ도봉ㆍ강북구)에서 아파트 거래가 가장 활발했다. 지난 2달 동안 서울에서 매매된 아파트 중 29.5%(2666건)가 동북4구에서 거래됐다. 지난해 10~11월 동북4구가 서울 아파트 거래에서 차지했던 비중(20.4%)보다 9.1%포인트 높아졌다.

올해 서울에서 매매 거래가 가장 활발했던 아파트 단지 10곳 가운데 관악구 신림동 관악산휴먼시아 2단지(5위), 구로구 개봉동 현대아파트(6위), 동대문구 답십리동 동서울한양아파트(10위)를 뺀 7곳이 동북4구에 몰려 있었다.

올 들어 매매 거래 신고 건수가 가장 많은 단지는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다. 총 3830가구 규모인 이 아파트에선 지난 두 달 동안 매매 계약 77건이 체결됐다. 2위와 3위엔 각각 강북구 수유동 삼성쉐르빌, 성북구 정릉동 정릉풍림아이원이 올랐다.

동북4구 아파트가 부동산 규제에서 자유로운 덕에 거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풀이한다. 12ㆍ16 대책에서 정부가 정한 규제 선보다 이들 지역 아파트값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달 성북구와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전용면적 84㎡ 기준 각각 6억5049만 원, 5억8878만 원, 5억1393만 원, 5만2531만 원이다. 정부가 12ㆍ16 대책에서 내놓은 대출 규제 강화 기준인 9억 원에 못 미친다.

거래가 꾸준히 이어진 덕에 몸값도 오르고 있다. SK북한산시티 전용 84㎡형은 이달엔 호가가 6억3000만 원까지 올랐다. 지난해 11월만 해도 5억4800만 원에 매매됐지만 12ㆍ16 대책 후 석 달 만에 시세가 8000만 원 넘게 뛰었다. 12ㆍ16 대책이 나오기 이틀 전 5억1000만 원엔 팔렸던 정릉풍림아이원 전용 114㎡형도 이젠 6억8000만 원까지 호가를 부르고 있다.

정릉동 P공인 관계자는 “12ㆍ16 대책 이후로 중형 위주로 이 지역 아파트 매물이 소진되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그동안 저평가돼 있던 지역이 재조명받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 집값 상승을 이끌었던 강남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에선 아파트 매매 거래가 얼어붙었다. 올 들어 강남4구 아파트 매매(1158건)가 서울 시내 아파트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8%로 떨어졌다. 지난해 10~11월만 해도 서울에서 아파트 매매가 가장 활발한 지역(22.9%)이었다.

입주 가구가 9510가구에 달해 국내 최대 아파트 단지로 꼽히는 송파구 헬리오시티에서도 올 들어선 매매 계약이 한 건도 신고되지 않았다. 역시 5000가구가 넘는 ‘매머드 단지’로 꼽히는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6864가구)와 잠실동 리센츠(5678가구)는 매매 계약이 각각 8건, 10건 신고됐다. 지난해 하반기 이들 단지에선 한 달에 수십 건씩 매매 계약이 성사됐다.

전문가들은 12ㆍ16 대책 여파가 이어지면서 강남권 아파트 거래가 위축된 것으로 분석한다. 지난해 말 기준 강남구와 서초구에선 관내 아파트의 90% 이상, 송파구에선 약 80%가 시가 9억 원을 넘어섰다. 12ㆍ16 대책으로 대출 한도가 줄어들면서 이들 지역의 아파트를 구매하는 데 져야 할 금융 부담이 늘어났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12ㆍ16 대책으로 강남 고가아파트 구매가 어려워지면서 그동안 저평가받았던 강북 저가아파트 거래가 늘고 있다”며 “한동안 9억 원 이하 강북권 아파트들의 가격 키 맞추기 현상이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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