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는 공연 tip] 이름을 찾아줘…'여명의 눈동자'·'미스트' 속 정체성

입력 2020-02-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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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사진제공=수키컴퍼니)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을 공유하고 있는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와 ‘미스트’가 눈길을 끈다. 이 작품들은 동아시아 격변기 속에서 험난하고 운명적인 사랑을 해야 했던 인물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그 안에서 ‘이름 찾기’라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여명의 눈동자’는 일제 강점기인 1943년 겨울부터 한국 전쟁 직후까지 격동의 세월 속 세 남녀의 운명적인 사랑을 담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학도병’ 피해자 이야기를 비롯해 해방 이후 제주 4ㆍ3사건 그리고 6ㆍ25전쟁까지 방대한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품고 있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사진제공=수키컴퍼니)

특히 눈길을 끄는 장면은 극 중 윤여옥(김지현, 최우리, 박정아)은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착취를 당하던 중 최대치(테이, 온주완, 오창석)를 만나는 부분이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어느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했던 윤여옥은 최대치의 진심 어린 행동에 고개를 든다. 그리고 그를 마주한 채 이렇게 말한다.

“이름은 윤여옥, 고향은 남원, 춘향이가 살았던…”

▲뮤지컬 '미스트'. (사진제공=더웨이브)

‘미스트’는 ‘1910년 8월 29일 제3대 통감 데라우치와 내각 총리대신 이완용 사이에 이뤄진 한일병합조약에는 황제의 비준 절차가 빠져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에 상상을 더해 제작됐다.

도쿄 유학에서 돌아온 일급 조선 귀족 자제 김우영(정원영, 안재영, 손유동)과 나혜인(최연우, 김려원)은 경성에서 아키라(김종구, 정민)와 이선(최석진, 백기범)을 만난다. 각기 다른 삶을 산 네 사람의 인연은 깊은 안개로 뒤덮인 시대에서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끌려간다.

극 중 아키라는 나혜인의 손에 조선왕조 칙서를 쥐어준 채 만주로 떠나보낸다. 상처 입은 자신의 몸을 추스른 아키라는 눈물을 흘리며 “내 이름은 전동길. 혜인아, 조선의 이름을 되찾아줘”라고 말한다. 이 장면엔 아키라의 절절한 감정이 묻어난다는 평이 나온다.

두 뮤지컬의 하이라이트에는 모두 ‘이름’이 등장한다. 윤여옥이 읊조리듯 내뱉는 “이름은 윤여옥”이라는 대사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당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뮤지컬 '미스트'. (사진제공=더웨이브)

‘여명의 눈동자’ 노우성 연출은 이투데이에 “제국주의 전쟁이 한창이었던 세상은 인간 개개인이 누구인지는 전혀 고려되지 않는 상황이었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잃고, 정체성이 완전히 파괴된 상태”라며 “대치가 여옥에게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는 것부터 여옥은 삶에 대한 소중함과 의지를 갖기 시작한다”라고 설명했다.

아키라 역시 일제 강점기 속에서 자신의 이름을 숨긴 채 살아온 인물이다. ‘경술국치’가 시작되고, 조선과 자신의 이름을 상실했던 독립운동가들이 이름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모습을 볼 수 있다. 전동길의 정체성이 비로소 확인되는 순간이다.

‘여명의 눈동자’는 2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미스트’는 3월 29일까지 대학로 TOM 1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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