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가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안 지연 소식 여파로 미국과 중국증시의 부진 등 베어마켓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증시는 약세장에서도 최근 이와 차별화된 양상을 보이는 모습을 보였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와 같은 특징에 대해 글로벌 경기후퇴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상황이고 이머징 시장의 경착륙 위험도 한편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미 부실 금융기관 처리 과정속에서 금융위기가 정점을 지나 점차 안정세로 접어들었다는 판단과 더불어 주식시장내 최근 투자 주체별 수급 상황과 향후 방향성을 살펴볼 때 연기금의 매수세 유입이 지수 변동성을 줄이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경우 국내증시를 포함한 이머징 증시의 외국인투자가 매매 패턴을 보더라도 최근 4개월 연속 순매도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규모면에서 보더라도 지난해 하반기와 올초보다는 낮아졌지만 향후 매도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블룸버그 통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투자은행(IB)의 주택담보대출 관련 손실을 포함한 자산 손실 규모가 현재까지 5225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 가운데 아시아를 제외한 미주와 유럽의 자본조달 비중이 70% 수준이라는 점과 향후 추가적인 자본 손실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당분간 부동산과 주식 등의 매각은 불가피 한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동양종금증권은 최근 국내 기관투자가 중 연기금의 매수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지난 7월말 국민연금 관리공단 이사장의 40% 이상 주식투자 확대 발언과 관련해 연기금의 매수세가 빠르게 부각됐고 연기금의 월별 순매수 금액을 살펴보면 9월들어 2조9000억원 이상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실제 연기금은 올들어 6조원 규모의 자금을 유가증권시장에 투자했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문제는 연기금이 향후 더 투자에 나설 여력이 있느냐에 초첨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대내외적 여건이 여전히 불안한 상황에서 향후 투자 여력이 없다면 국내증시의 수급 상황은 상당히 악화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연기금관리공단이 발표한 '2008년도 제3차 국민연금기금운용 실무평가위원회 보고사항'을 토대로 살펴봤을 때 올 연말까지 주식 목표 비중은 금융부문 중 42조6000억원(시가기준 17%)으로 설정, 지난 5월 주식비중이 35조1000억원(시가기준 15.2%)인 것을 감안한다면 올 연말까지 국내증시에 투자 가능한 금액은 7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따라서 연기금이 국내증시에서 현재까지 순매수 할 수 있는 여력이 남아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향후 연기금을 두고 시장이 바라는 수급 안전판 역할을 지속할 것으로 보여 주식시장 수급에 긍정적인 역할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연기금이 수급 안전판 역할을 지속할 매수 여력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이들이 취할 전략과 관련해 어떤 섹터와 종목으로 매기가 집중되는 지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권양일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공매도 이슈와 관련해 "국민연금이 주식대여를 사실상 중단함에 따라 공매도 강도가 크게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전날 금융위원회의 공매도 제도 개선책 역시 이를 뒷받침하고 있어 사실상 공매도 거래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돼 해당 종목들의 숏커버링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했다.
권 애널리스트는 "결과적으로 연기금은 현재 창(주식매수)과 방패(숏커버링)을 함께 쥐고 주식시장에 나서고 있어 대차잔고 감소와 연기금 매수가 동시에 진행되는 종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며 "이들 업종에는 삼성물산, 한미약품, LS산전, 한진해운, 제일모직, LG전자, 삼성증권 등이 있다"고 제시했다.
이 애널리스트도 "현 시점에서 추가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섹터는 전체 시가총액대비 연기금 순매수 섹터비중이 높은 수치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자동차, 소매유통, 자동차부품 업종 등에 추가로 투자할 가능성이 크다"며 "연기금이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시 이들 경기소비재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