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은퇴 꿈꾸는 ‘파이어족’, 미 연준에 골칫거리”

입력 2020-02-1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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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자금 모으고자 저축에 초점…소비 위축 등 경제 역효과·연준의 정책 여지도 더욱 줄게 돼

▲미국 뉴욕의 월드트레이드센터 교통허브에서 지난해 6월 21일(현지시간) 사람들이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뉴욕/AP뉴시스
조기 은퇴를 꿈꾸는 이른바 ‘파이어족(FIRE)’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최대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젊은 밀레니얼 세대(약 24~39세)들이 조기 은퇴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고자 저축에 초점을 맞추면서 기준금리 인하 등 경기침체에 맞서기 위한 연준의 정책 여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분석했다.

“사람들은 밀레니얼들이 게으르다고 말한다” “조기에 은퇴해 그들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라”

지난해 여름 미국 15개 도시에는 투자업체 푸르덴셜의 이런 광고판이 곳곳에 걸렸다. 이 광고에 반영된 정서는 30세 젊은이들에게는 환상적인 꿈이지만 연준에는 악몽과 같다고 NYT는 꼬집었다.

‘조기 은퇴’라는 인생 최대의 꿈을 실현하려면 젊은이들이 소비는 최대한 자제하면서 저축에 돈을 쏟아 부어 은퇴자금을 최대한 일찍 확보할 수밖에 없다. 이에 일부 파이어족은 자신의 수입 중 최대 70%를 저축으로 돌리는가 하면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끼리 어떻게 근검절약할 수 있는지 아이디어를 나눈다.

T.로위프라이스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퇴직연금인 401(k)에 가입한 밀레니얼 근로자의 43%가 65세 이전에 은퇴를 희망했다. 그들의 바로 윗세대인 40~55세의 X세대에서 그 비율이 35%인 것과 대조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최근 조사에서는 밀레니얼 예금자의 25%가 10만 달러(약 1억2000만 원) 이상을 저축했다. 이는 2018년의 16%에서 높아진 것이다.

젊은이들이 파이어족이 될 만한 이유는 분명히 많다. 이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일자리를 찾았던 시기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겹쳐 사회가 개인의 경제적으로 곤경에 몰아넣는 상황을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했다. 아울러 자신들이 늙어서 혜택을 받을 차례가 되면 사회보장 재원이 고갈될 것이라는 소리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역설적으로 이런 파이어족이 늘어날수록 경제 역효과는 더욱 커지게 된다. 젊은이들이 소비를 자제해 경제성장이 둔화하면 연준은 가뜩이나 기준금리가 아주 낮은 상황임에도 경기부양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금리를 더 낮출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경기침체마저 온다면 연준이 이에 맞설 수단이 사실상 전무하게 된다.

아울러 조기 은퇴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사회 전체의 노동력을 감소시켜 경제성장 잠재력이 더욱 약화하는 악순환이 일어나게 된다고 NYT는 지적했다.

※용어설명 :파이어족(FIRE)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 출생) 중 40세 안팎의 조기 은퇴를 목표로 하는 젊은이들을 가리킨다. 여기서 ‘FIRE’는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경제적으로 자립해 조기에 은퇴한다)’의 약자다. 이들은 일찍 일을 그만두고자 소비를 최소화하고 저축을 적극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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