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무리한 리모델링사업 수주로 '파행'

입력 2008-09-2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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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반포미도1차ㆍ포스코-개포 한신 등 공사 난항

노후 아파트 리모델링이 재건축 대신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유명 건설사들이 앞다퉈 리모델링 수주에 나서고 있지만 경험 미숙으로 인해 파행이 예고되고 있다.

리모델링 사업이 각광을 받은 가장 큰 이유는 재건축이 사실상 불가능한 입주 15~20년차 15층 이상 고층 아파트의 재건축 대안으로 적당하다는 점이다. 여기에 사업기간이 최장 1년6개월 가량으로 짧은 것이 리모델링이 내세우는 장점이다.

이와 함께 정부가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양성하기 위해 최대 30%까지 면적 확대 조항도 리모델링을 부동산시장의 주요 분야로 성장하게 하는데 기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리모델링 시장은 업체들의 경험 미숙과 특히 대형업체들의 시장 장악 욕심에 따라 파행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특히 일부업체들은 사업 수주를 위해 현행 법령상 불가능한 사업계획도 내놓고 있어 리모델링사업의 가장 큰 장점인 '단기 완공'이 공염불에 머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주택 리모델링을 선도해낸 건설사는 쌍용건설, 이 회사는 국내 최초로 단지 리모델링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리모델링 시장을 개척해가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아파트 리모델링이 추진돼 준공을 마친 아파트 단지는 쌍용건설이 지난 2003년 완공한 방배동 궁전아파트를 리모델링 한 3개동 '방배 쌍용예가'가 전부다.

이에 앞서 대림산업과 삼성물산 등이 한개 동짜리 개별 아파트를 리모델링했지만 이는 시범사업 성격이 강했고 사업 결과도 그리 좋지 않아 업체도 내세우지 못하고 쉬쉬하고 있는 상태다.

2006년 이후 재건축시장이 강화됨에 따라 리모델링이 재건축의 대체시장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대림산업, 대우건설,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등 국내 주택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대형업체들이 잇따라 리모델링 수주전에 뛰어들고 있다.

'래미안 방배애비뉴'의 실패 이후 3년 가까이 리모델링 시장을 지켜보기만 하던 삼성물산도 올 하반기 신도시 물량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리모델링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업체들은 리모델링사업에 대한 상세한 준비도 없이 우선 대형업체의 '힘'으로만 리모델링 시공권을 따낸 후 사업추진 방향을 구상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우선 이들 대형업체들은 주택법 시행령과는 다르게 무리수를 두면서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림산업이 리모델링의 선구자격인 쌍용건설과 치열한 경쟁 끝에 시공권을 획득한 반포미도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반포미도아파트는 1260가구에 이르는 강남권 대단지란 장점을 갖고 있는 만큼 추정 공사비도 약 2300억원에 달한다.

당초 대림산업은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85동 전체를 매입해 '대림 아크로빌'이랑 리모델링 사업을 했으며 마포구 용강시범아파트도 리모델링 했지만 자사 브랜드인 'e-편한세상'을 사용하고 있는 곳은 한 곳도 없다.

즉, 그 만큼 '인기 없는 리모델링 아파트'를 짓는데 머물렀던 대림산업은 반포미도 리모델링 수주를 위해 내부를 복층으로 설계, 7~10층 이상 층수를 올리는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현 주택법 시행령에서는 필로티를 1층에 설치하는 경우에만 1개층을 높일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림산업의 설계안은 법이 바뀌어야만 실효성이 있는 것으로, 현재로선 실현 가능성이 없다.

이처럼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불가능한 사업인 줄 알면서 무리하게 진행시키고 있는 셈이다. 최근 반포미도는 리모델링 조합인가를 받았지만 이 와중에서 조합장이 조합장이 3번이나 바뀌는 등 진통을 겪고있는 중이다.

이에 대해 대림산업 관계자는 "주민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조율하고 있다"며 원론적인 말만 내놓을 뿐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하고 있는 상태다.

반포미도아파트 주변 M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반포미도아파트가 단기간에 리모델링 사업이 시작되지는 않을것 같다"며 "요즘들어서 리모델링 사업의 장기화를 우려한 급매물이 많이 나오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이 시공권을 따낸 260가구 개포 한신아파트도 업체의 계획과 실제 법규상의 차이에 따라 난항을 겪고 있다.

일반 아파트와 같은 절차를 거쳐 2004년 해당 구청에 건축심의를 요청했으나 택지지구에 지은 아파트 리모델링은 도시계획심의 대상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시 도시계획 심의를 신청했으나 개포지구 용적률 배분이 끝날 때까지는 리모델링을 추진하기가 부적절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개포지구 용적률 문제는 재건축과 관련돼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으며 심지어 사업포기설까지 나도는 등 이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은 현재까지 표류하고 있다.

부동산써브 채훈식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재건축 규제로 사실상 재건축이 불가능해지면서 리모델링이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새정부의 재건축 규제완화 강도에 리모델링은 한순간의 바람으로 그칠수도 있다"며 "리모델링이 사업진행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설계 등 구조적인 문제도 있지만 추가 부담금 때문으로 향후 시세상승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추가 부담금은 부담일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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