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내년엔 대한항공 이사 임기 만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3월에 앞서, 대한항공이 사전에 안전장치를 보다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3월 고(故)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발목을 잡았던 '3분의 2' 룰을 개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16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달 말 또는 다음달 초 이사회를 열고 주주총회 안건을 확정하는 자리에서 이사 선임과 해임 관련 정관 개정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대한항공은 이사 선임과 해임을 '특별결의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어, 의안을 통과시켜려면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상당수 기업들이 이사 선임ㆍ해임안을 주총 참석 주주 과반의 동의만 얻으면 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일반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과 달리 상대적으로 문턱이 높다.
앞서 대한항공은 1999년 이사 선임·해임안을 일반결의사항에서 특별결의사항으로 변경했다. 1997∼1998년 '외환위기' 당시 해외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성행하자 경영권 방어를 위해 내린 결단이었다.
하지만 경영권 방어를 위한 20년 전의 조치가 지난해 3월 조양호 회장의 발목을 잡았다. 당시 조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총 참석자의 3분의 2(66.7%) 이상의 찬성표를 받아야 했지만, 2.5% 가량이 부족해 예상치도 못했던 '재선임 실패'라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3월 주총에서 이 같은 불상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올해 주총에서 다시 이사 선임·해임안을 일반결의사항으로 되돌리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관 개정 역시 특별결의사항이기 때문에 이 역시 올해 주총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당장 다음 달 열리는 한진칼 주총에서 조원태 회장이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내년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을 위해 장기간에 걸친 경영권 확보를 위한 분쟁을 이어가야 한다. 한진칼이 보유한 대한항공 지분은 29.62%이며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0.01% 수준으로 미미하기 때문이다.
한편, 올해는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과 이수근 부사장의 사내이사 임기 만료도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