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이 혁신성장의 답이다(28)] 홍승일 강남언니 대표 “타다와 달라…성형외과와 윈윈”

입력 2020-02-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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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투명한 성형 정보 시장…쉽고 빠르게 병원 선택할 수 있게 할 것”

▲홍승일 힐링페이퍼 대표가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힐링페이퍼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강남언니’는 ‘타다’와 다르다. 타다는 택시기사들이 반대하는 서비스이지만, 강남언니는 성형외과 의사분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서비스다. 이미 1500개 이상의 병원이 입점해 있다.”

홍승일(38) 힐링페이퍼 대표는 진지한 표정으로 강남언니가 윈윈(win-win)하는 플랫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강남언니는 성형 수술과 시술에 관한 후기, 병원 평가 등을 올리고 공유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이다. 2015년 1월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전체 앱 사용자는 180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강남언니가 서비스 출시 뒤 성공 가도만을 밟은 건 아니다. 지난해 대한의사협회는 강남언니가 의료법을 위반했다고 목소리를 냈다. 기존 산업과의 마찰을 피하지 못한 셈이다. 이 같은 갈등을 돌파해 낸 홍 대표를 서울 강남구 힐링페이퍼 사무실에서 만났다.

홍 대표가 2012년 힐링페이퍼를 설립하며 처음 출시한 앱은 만성질환 치료 기록 공유 플랫폼이었다. 그러나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었고, 의료 서비스 중에서도 정보 불균형이 크게 발생하는 성형으로 피보팅(기존 사업 아이템을 바탕으로 사업 방향을 다른 쪽으로 전환하는 것)했다.

연세대 의학전문대학원을 나와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 주변에서 놀라는 기색은 없었다고 홍 대표는 전했다. 본과 3학년, 힐링페이퍼를 만들기 전에도 그는 의전원에서 새로운 일을 모색하는 데 빠져있었다. 1학년 때는 의대 준비생들을 위한 커뮤니티 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했다. 2학년 때는 의전원 준비생들을 위한 독학용 교제를 만드는 출판사를 차렸다. 그곳에서 서울대 치대생과 연대 의대생 30명가량을 모야 출판 교제를 만들어냈다. 홍 씨는 “힐링페이퍼 설립은 작게나마 계속 새로운 일에 도전했던 것의 연장선이었다”며 “IT와 의료를 융합한 분야에서 느꼈고, 구체적인 확신은 없었지만 분명 큰 기회가 올 것이라 믿었다”고 말했다.

▲홍승일 힐링페이퍼 대표가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힐링페이퍼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강남언니 서비스는 2017년 월 단위로 흑자를 낸 뒤 2018년 매출액 43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100억 원 가까운 매출액을 내며 전년보다 두 배 이상 성장했다. 빠른 성장 속엔 잡음도 있었다. 지난해 1월 강남구 보건소가 강남언니를 환자 유인, 알선 행위에 관한 의료법을 위반했다며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발했다.

홍 대표는 앱 출시 전 변호사와 함께 법적 충돌이 없는지 검토하는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성형 견적 비교 서비스와 의료법이 충돌하지 않는다고 검수를 받았다”며 “다만 현재 의료법으로서는 모든 것이 애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의료법 안에서 두 가지 조항이 충돌한다는 것이다. 의료법은 알선 행위를 금하고 있지만, 의료 광고는 가능하다고 나와 있다. 강남언니를 공격하는 쪽에서는 이 앱이 알선 행위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홍 대표는 “강남언니는 알고리즘으로 추천을 하는 것이지 특정 병원을 유도하는 알고리즘은 아예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브로커를 막는 조항을 확대해석한 결과”라며 “강남언니는 알선이 아닌 허용된 의료광고를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는 기존산업과 신산업 간 갈등이라는 면에서 타다 문제를 연상케 한다. 홍 대표는 “타다와는 다르다”고 단호하게 정의했다. 타다는 택시기사들이 반대하고 나섰지만, 강남언니는 성형외과가 이용하는 효율적인 마케팅 채널이라는 주장이다. 홍 씨는 1500개 이상의 병원이 입점해 있는데, 입점 병원 수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며 “이탈률이 1%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타다는 모든 택시 산업 종사자들을 적으로 만들었지만, 강남언니는 영향력이 커질수록 의사 집단과 이기심이 일치하는 서비스”라고 밝혔다. 이어 “효율적인 마케팅 수단이 시장에서 선택받는 것은 당연하다”며 “사용자를 만족하게 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은 저희도 마찬가지”라고 부연했다.

홍 대표가 말하는 ‘사용자 만족’은 불투명했던 성형 정보 시장을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다. 예컨대 쌍꺼풀 수술 잘하는 곳을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면 블로그만 8000개가 뜨는데 홍 씨는 “8000개를 다 봐도 자신에게 맞는 곳을 의사결정을 하기 어렵다”며 “자신에게 맞는 병원이 어딘지 알아내는 과정이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지적했다.

홍 대표는 성형 정보 시장의 성장 여력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최근의 ‘탈코(탈코르셋의 준말로 남의 시선을 의식해 억지로 꾸미지 않을 것을 주장하는 사회적 운동)’ 열풍은 강남언니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한다. 이에 관해 홍 대표는 “탈코와 같은 사회적 영향을 상쇄할 정도로 새로운 수술과 그 시장이 생기는 속도가 빠르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으로 모발이식 시장도 시술이 발전하면서 시장이 생겼다. 기존 가발 시장을 흡수하게 된 것이다. 홍 씨는 “동시에 부동산, 법률 등 고관여 버티클 플랫폼이 세계적으로 강세를 보인다”며 강남언니가 속한 산업군의 전체적인 성장도 자신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사무실에서는 20대의 활기가 유독 느껴졌다. 힐링페이퍼 직원의 평균 연령은 29세다. 개발자들의 평균 연령은 30대 중반, 마케팅 담당자들은 그보다 더 어리다. 홍 대표는 의전원 출신답게 젊은 직원 채용에 힘쓴 배경을 CT 촬영과 엑스레이에 비유했다. 그는 “엑스레이에서 CT로 넘어가던 시절 엑스레이의 권위자들은 CT의 주역이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전 산업에 익숙한 세대보다 미래산업을 더 친숙하게 받아들이는 세대가 산업을 이끌 수 있다는 의미다. 홍 씨는 “이처럼 이전 산업의 막차를 탄 세대가 현재 산업의 고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모바일에 익숙한 세대에 관한 믿음을 보였다.

홍 대표는 창업 이후 시류를 좇는 느낌이 아니라 미래를 만들어 가는 느낌을 받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사업가는 ‘당연히 일어난 미래’에 배팅한다”며 “어떤 병원에 어떤 장비가 있고, 시술 비용이 얼마인지 등의 정보를 사용자들은 당연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연히 일어날 일을 앞당기거나 최적화하는 것이 창업가가 할 일”이라며 “쉽고 빠르게 병원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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