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완성차 셧다운 사태, 산업구조 돌아볼 계기로

입력 2020-02-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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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욱 산업부 기자

▲유창욱 산업부 자동차팀 기자 (이투데이 DB)

현대차와 쌍용차 생산라인이 멈춰섰다. 자동차 부품 '와이어링 하니스' 공급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 부품을 생산해 공급하던 협력업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의 확산으로 중국 공장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여파는 기아차와 르노삼성차 등 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중국에서 수입하는 자동차 부품은 약 150종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부품 수급 구조에 대해 업계가 언급을 꺼리고 있어 정확한 파악이 어려울 뿐, 다른 부품 수급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협력업체 관계자들은 중국산 부품 공급 문제에 극도로 말을 아꼈다.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다"거나 "완성차 업체와 충실히 논의해나가겠다"는 원론적인 답만 돌아왔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협력업체들이 원가를 낮추기 위해 생산공장을 대거 중국으로 옮긴 데에서 비롯됐다. 일본 등 해외 완성차 업계의 협력업체도 생산 단가가 낮은 국가에 공장을 만들지만, 한국처럼 특정 국가에만 공장을 두지는 않는다. 현대차에 와이어링 하니스를 납품하는 1차 협력업체들은 전체 물량의 70% 이상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사실 협력업체들의 선택은 합리적이다. 중국은 한국과 거리가 가까워 물류비까지 저렴해 생산 공장을 두기에 적합하다. 원청인 완성차 업체로부터 원가 절감 요구를 받는 협력업체로써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그럼에도 신종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완성차 업계의 산업 구조를 되돌아볼 필요는 있다.

지난해 여름 시작된 일본의 수출규제는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돌아보는 기회가 됐다. 불화수소 등 핵심소재 공급에 차질이 생기자 국내 업계는 일본산 소재의 비중을 낮추고 국산화에 나섰다. 우수한 국내 중소기업이 주목을 받는 등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위기 역시 다르지 않다. 특정 국가에 부품 수입을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재의 자동차 산업 구조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단 하나의 부품만 공급되지 않아도 생산라인 전체가 멈추는 자동차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공급처를 다변화하거나 협력업체 공장을 여러 국가에 두는 등의 위험 분산 방안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진행 중인 위기를 넘기는 과정에서 차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원청인 완성차 업계와 협력업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는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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