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에 신음하는 청소년② “편의점 알바 90%가 월급 차감” 근로센터 찾은 청소년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 최근까지 같은 편의점에서 근무했다는 최모(18) 군과 유모(18) 군을 만났다. 이들이 이날 고속터미널을 찾은 것은 청소년근로보호센터 직원을 만나 그간 겪은 설움을 토로하기 위해서다. 최 군은 3개월, 유 군은 8개월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적게는 12만 원에서 많게는 50만 원까지 떼였다고 주장했다.
“2주간 여유를 두지 않고 그만둔다고 말했다며 한 달 월급에서 5만 원을 깎았어요. 주말 아르바이트여서 8번밖에 일하지 않았는데 너무 많이 깎은 거죠.”
최 군은 지난해 11월부터 1월까지 일하며 적어도 15만 원가량 월급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매주 토·일 오후 6시 30분부터 오후 11시 10분까지 4시간 40분을 일했다. 한 달에 모두 8번 근무했다고 봤을 때, 그가 받은 돈은 지난해 최저시급(8350원) 기준 30만600원가량이지만, 매달 6분의 1의 급여가 이런저런 이유로 들어오지 않았다.
최 군은 “제가 일한 곳은 아르바이트생이 17명인 편의점”이라며 “이 중 90%가 청소년인데, 모두 월급이 차감됐다”고 밝혔다.
유 군은 시제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월급이 차감됐다고 했다. “담배 등의 시제 확인을 한 타임에 한 번 해요. 그럼 이번 타임에 차이가 날 수도 있고, 이전 아르바이트생이 낸 차이일 수도 있는데 무조건 마이너스 하는 거죠. 첫달부터 그런 이유로 깎였어요.”
청소년근로보호센터 김일숙 부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만약 유 군으로 인해 시제가 맞지 않았고, 물건을 깨뜨리는 등 손실이 발생했어도 근로기준법상 임금에서 공제해선 안 된다”며 “그로 인해 발생한 손해가 있다면 사업주가 증빙해서 민사소송 등으로 처리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최 군과 유 군은 근무시간에 의자에 앉았을 때도 시급이 깎였다고 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원래 다 그런 줄 알았어요. 밀린 돈을 꼭 받고 싶어요. 무엇보다 남아있는 친구들은 아직도 이런저런 이유로 돈을 받지 못하고 있어요. 그 친구들이 걱정돼요.”
청소년근로보호센터 강재혁 담당자는 최 군과 유 군에게 ‘야간근로 인가신청서’ 없이 오후 10시 이후 편의점에서 근무한 것에 대해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청소년의 잘못이 아닌 사업주의 잘못”이라며 “본인과 부모님이 동의했더라도 야간근로 인가신청서는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일 현장에서 청소년들과 사업주를 만나 중재한다”고 전했다.
청소년근로보호센터의 이 같은 중재 업무는 여성가족부가 지원하고 있는 사업의 일환이다. 여가부는 매년 여름·겨울방학 청소년 근로보호 지도·점검도 하고 있다.이번 겨울방학 점검은 16~22일 5일간 전국 25개 시·군·구에서 이뤄졌다.
기자는 최근 여가부와 고용노동부, 양천구청, 양천경찰서가 서울 양천구 일대에서 진행한 ‘청소년 근로보호 합동점검’에 동행했다.
이날 점검한 곳은 투썸플레이스, 롯데리아, CU편의점 등이었다. 이들 매장은 근로계약서, 성희롱 예방교육 현황 등 청소년 근로보호와 관련한 자료들을 제시하며 불시 점검에도 협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 롯데리아 점장은 “이곳에서 일하는 10명의 청소년은 노동조합에서 일괄 합의한 근로계약을 준수하며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고용노동부 김순예 근로감독관은 주요 적발 유형에 대해 “근무시간을 4시간으로 정해놓고, 3시간만 일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라며 “소위 ‘임금 깎기’라고 부른다”고 했다. 이어 “월급을 주면 다음날부터 일을 못하겠다고 하는 청소년들 때문에 하소연하는 업주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청소년 고용 금지 업소에 대한 단속은 대부분 신고에 의해 점검이 이뤄진다. 여가부 관계자는 “사업장이 청소년 고용 금지 업종인 주점인지는 매출액을 기준으로 따진다”며 “술이 많이 팔리면 술집, 음식이 많이 팔리면 음식점으로 구분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준용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