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호의 오! 마이 마켓] 한때 유행인가 아니면 트렌드인가?

입력 2020-02-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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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 경영학부 교수·전 한국유통학회장

시티폰, 대왕 카스테라, 비디오 방, 고고 리듬, 프로 레슬링, 나팔바지 등은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한때 엄청나게 인기 있었던 기술, 음식, 서비스, 스포츠, 패션이다. 그러나 유행이 계속될 것으로 확신하고 이에 몰빵했던 사람이라면 얼마 가지 않아 난감한 상황에 처했을 것이다. 반대로 2년 전부터 부동산 가격 상승이 일시적 현상이라는 정부의 판단을 믿고 주택 구입을 미뤘던 서민들은 지금쯤은 매우 실망하고 있을 것이다. 이렇듯 단기적 현상인 유행과 지속적 현상인 트렌드를 구분하는 일은 투자, 선거, 사업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쪽박과 대박을 가르는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된다. 일부의 유행은 트렌드가 되기도 하지만 상당수의 유행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사실 유형과 트렌드가 무엇인지, 더군다나 앞으로는 무엇이 될지를 미리 예단하는 것은 그리 녹녹한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시장 참여자가 이해할 수 있는 몇 가지 판단기준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 먼저 유행이나 트렌드는 반드시 발생한다. 왜냐하면 특정 시점의 가치기준, 기술, 경제 상황, 정치 환경은 항상 변화하고 이와 관련된 유행과 트렌드도 변화하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변화는 항상 새로운 기회를 창출한다는 것이며, 벤처사업가가 이를 현명하게 그리고 선제적으로 활용한다면 성공적인 시장 진입, 이익을 남기는 시장 탈퇴, 확대되는 시장에서의 주도권 유지, 높은 이익률을 담보할 수 있다.

반대로 유형과 트렌드에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된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는 생각은 거의 환상에 가깝다. 따라서 기업이나 사업가는 항상 시장의 변화를 이끌 유행과 트렌드의 초기 현상을 파악하는 데에 주력해야 한다. 기존 사업이 부진에 빠진다면 자신의 노력 부족이나 최저임금 상승이 문제가 아니고 시간이 지나 유행과 트렌드에 부적합한 사업 방식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로 유행과 트렌드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유행은 한마디로 식상한 일상에서의 탈피를 위한 ‘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래서 유행은 기존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주목받을 뿐이다. 더 큰 사이즈, 처음 들어보는 멜로디, 다른 가치관 등 다름 자체가 중요하다. 사업가들도 남들이 하니까 ‘나도’라는 생각으로 유행을 뒤따른다. 트렌드는 초기에는 유행과 유사하지만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는 점 그리고 다양한 분야에 공통된 개념을 적용하는 데에 점차 많은 사업자들이 참여한다는 점이 다르다. 트렌드는 거시적 관점부터 미시적 관점 그리고 실현 단계에서 범위를 달리하여 파악된다. 다이어트와 관련된 시장을 보면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가 가장 큰 범위의 트렌드이고, 그중 체중 감량이 그다음 단계 그리고 식이요법, 운동처방이 미시적 관점에서의 트렌드다.

실현 단계에서 다양한 파생 방안들이 존재할 수 있다. 식이요법에서 파생된 실현 방안은 간헐적 단식, 단일 음식 식단, 저탄고지 다이어트, 디톡스 다이어트 등이 있다. 다른 시기 혹은 해외의 사례를 보면 상상하기 힘든 방안마저 유행이 되었는데 그중에는 음주 다이어트, 담배 다이어트도 존재했다. 유행이 트렌드로 발전되기 위해서는 트렌드에 반영된 시대적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해 주는 직접적인 방안이 되어야 한다.

세 번째, 유행은 트렌드의 일부로 남기도 하지만 매우 짧은 수명 주기를 거친다. 짧은 도입기를 걸쳐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추세를 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수요 이상의 공급이 이루어진다. 공급이 수요를 이끄는 유행은 구체적인 근거와 이유도 없이 우연히 불붙은 장작불과 같이 짧은 시간 내에 활활 타오른다. 장작불에 홀려 팔부능선에 상투를 잡는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잠시 물러나 객관적 시각으로 상황을 살펴보는 침착함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수많은 카페가 진입과 퇴출을 반복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돈을 번 개인사업자는 운영 이익이 아닌 매장 처분 이익, 즉 성장기에 매장을 남에게 넘겨주어 받은 프리미엄이 전부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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