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폭탄'에 외환시장 직격탄

높은 개방도에 원화 절하폭 최대 '발등'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외환시장이 가장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지난 18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37.3원이나 폭등하며 1150원선을 다시 돌파했다. 16일 50.9원 폭등과 17일 44원 폭락에 이어 사흘째 말 그대로 '널뛰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외환시장에서는 이제 불안감을 넘어 어지러움증을 호소할 정도이며 일부에서는 아예 달러 확보를 포기한 상태다.

◆'묻지마' 매수에 투기 조짐까지

이날 외환시장에서는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신청 이후 극도로 불안한 장세를 보이며 '묻지마'식 달러 매수가 급증하고 있다.

세계 투자은행 1위 골드만삭스와 2위 모건스탠리마저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일부에서는 투기 매매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더불어 미국 최대 저축대부조합인 워싱턴뮤추얼(WM)에 이어 와코비아의 매각설까지 불거지면서 세계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특히 단기 자금시장은 마비 상태나 다름없는 수준이다.

한 시중은행의 딜러는 "미국 투자은행들에 대한 추가적인 유동성 위기 우려가 제기되면서 국내외 증시가 다시 폭락했다"면서 "외환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묻지마'식 손절매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달러화에 대한 아시아 주요 통화의 절하율은 대부분 1% 미만이었지만 원화는 3% 이상 큰 폭으로 절하됐다.

이처럼 국내시장이 취약한 것은 국내 금융시장의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개방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외국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달러화에 대한 절하폭이 상대적으로 큰 국내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그만큼 유리하기 때문이다.

결국 선진 금융시장을 표방하며 높은 개방도를 추구한 금융정책이 오히려 우리 경제의 '발등'을 찍은 셈이다.

◆'널뛰기 환율' 언제까지 계속되나

그러면 이같은 '널뛰기 환율'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현재로서는 외환전문가들도 섣불리 전망하기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미국 정부가 AIG 구제금융을 승인했다는 소식에 다소의 안도감이 감돌고는 있지만 파생금융을 주로 취급하는 투자은행의 특성상 부실 규모가 명확하게 파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세계 주요 국가의 중앙은행들이 달러 유동성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외환시장의 불안감은 좀처럼 가시질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AIG 구제금융 승인 소식에도 불구하고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미국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화 조치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 현안 보고에서 "금융시장으로 보면 진행중이고, 실물(경제)로 보면 이제 시작"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하지만 외환 당국도 외환보유액의 적정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 방어'에 막대한 양의 달러를 투입하기에는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에서도 연일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한 대책을 모색하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뾰족한 대안을 찾기는 힘든 상황이다.

결국 세계 6위 수준의 외환보유고와 견실한 실물경제에도 불구하고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직격탄'을 피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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