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되는 곳만 잡아라'…깐깐해진 건설사 정비사업 수주

입력 2020-01-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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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현1구역ㆍ한남3구역 유찰 잇따라…반포 3주구·한남 하이츠는 '인기'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3구역 전경. (연합뉴스)

올해 서울 재개발ㆍ재건축 수주전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가운데 각 정비사업장에 대한 건설사들의 온도차가 뚜렷한 모습이다. 작년만 하더라도 정비사업장을 가리지 않고 뛰어들던 건설사들이 어려워진 경영 여건 탓에 사업성을 꼼꼼히 따지고 있는 데다 전방위적인 정부 규제도 건설사들을 깐깐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 갈현동 갈현1구역 조합이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사 선정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당초 조합은 3차 경쟁입찰과 수의계약을 모두 고려했으나, 이미 2차례 진행된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갈현1구역 조합의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갈현1구역은 공사비만 약 9182억 원으로 강북권 ‘대어’급 재개발 사업지로 꼽혀왔지만 1차 입찰에 참여했던 현대건설과 소송까지 가면서 잡음이 일었다. 이후 소송에서 현대건설이 패소했으나 건설사들은 조합이 일방적으로 시공사 자격을 무효로 돌렸다는 사실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수익성이 크지 않다는 것도 걸림돌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갈현1구역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는 3.3㎡당 465만 원인데 시공사들은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소 500만 원은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2차 입찰 당시 참여가 예상됐던 현대엔지니어링이 불참을 결정했고, 결국 롯데건설 단독 입찰로 유찰됐다.

올해 정비사업 최대어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도 시공사 선정 작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남3구역 재개발조합은 다음 달 7일까지 입찰공고를 내고 5월 중순에는 시공사 선정 총회를 개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 한남3구역을 놓고 벌어진 건설사 간 과열 경쟁으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면서 건설사들의 부담이 커진 모습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한남3구역의 경우 정부가 본보기로 삼을 가능성이 큰 사업장으로 사실상 특화 디자인을 적용하는 것이 현 정권에서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며 “기존 입찰 3사 외에 관심을 드러내는 건설사도 없는 상황인 데다 해당 건설사의 부인에도 이번 입찰에 기존 3사 중 한 곳이 빠진다는 이야기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건설사들이 ‘군침’을 흘리는 사업장도 있다. 18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개최할 예정인 성동구 옥수동 한남하이츠 재건축 사업에는 현대건설과 GS건설이 뛰어들었다.

특히 현대건설은 한남하이츠 재건축 수주를 위해 자사 최고급 아파트 브랜드인 ‘디 에이치(The H)’를 적용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만약 수주에 성공할 경우 강북권 최초의 디 에이치 브랜드를 다는 단지가 된다. GS건설은 한남하이츠 수주에 집중하기 위해 갈현1구역 입찰 참여도 포기했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사업에는 무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GS건설, 대림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등 8개 건설사가 입찰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들 건설사 모두가 입찰에 나설지는 미지수이지만 지난 2년여간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던 삼성물산까지 등장한 것은 반포3주구에 쏠린 관심이 얼마나 큰지를 방증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일감이 많아 올해도 건설사 간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아무래도 지난해 ‘학습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나는 것 같다”며 “가뜩이나 정부가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면서 기존 사업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란 판단도 있어 사업장별로 선별적인 대응에 나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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