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메릴 사태에 수수료율 경쟁 악화 조짐
지난 16일 국내 증시가 미국의 리먼발 악재에 급락한 가운데 증권주들이 직격탄을 맞으며 코스피시장의 전 업종 중 12.79%로 가장 높은 하락률을 보였다.
HMC투자증권과 동부증권, 한화, 대우, 골든브릿지, 동양종금, KTB투자, 한양, SK, 대신, 교보, 미래에셋, 유진투자, 메리츠증권이 무더기로 하한가를 기록했으며 그 외에 다른 증권사들도 적게는 3.77%에서 가격제한폭에 근접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증권업종의 이같은 급락세는 리만브라더스와 관련된 단기 수익 훼손 가능성에 따른 것이란 설명했다.
또한 대우증권이 지난 12일 대형 증권사로서는 처음으로 은행연계 계좌의 주식거래 수수료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인하하면서 향후 수수료 경쟁에 따른 경쟁 심화와 수익성 악화 우려감이 이날 증권업종의 급락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정길원 대우증권 연구원은 "리먼브라더스가 파산보호 신청을 함에 따라 국내 금융권의 위험노출액(익스포져) 규모와 손실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며 "감독원이 밝힌 파생결합증권의 대부분은 ELS 거래로 보이며 해당 영업을 영위중인 증권사들의 공시 내용을 취합하면 3468억원(최근일 기준, 각사가 공시한 리먼브라더스에 대한 신용환산액)"이라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JP모건이 채무를 인수한 베어스턴스와 달리 리만브라더스는 파산신청에 돌입한 만큼 익스포져가 있는 일부 증권사들의 재무적 손실 가능성은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며 "일단 이번 분기 실적에 상당부분 손실 처리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향후 익스포져가 많은 증권사들은 이러한 신용 이벤트 발생시 실행 가능한 옵션과 담보들을 확인해야 하며, 손실규모의 확정 등 파산신청 후 일련의 진행과정에 따라 주가의 변동성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종원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대우증권이 16일부터 은행연계계좌 이용 고객의 주식거래 수수료를 0.015%로 인하 한다고 발표했다"며 "은행연계계좌 수수료 인하 경쟁이 유발된다 하더라도 증권사의 수익 감소는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되지만, 수수료 인하는 증권업 주가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진입규제 완화, 신규 증권사 설립 등 영업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수수료 인하 경쟁 우려로 주가회복에 심리적 부담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최 연구원은 "대우증권의 이번 수수료 인하를 시작으로 타 증권사도 은행연계계좌 수수료 인하 경쟁에 동참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난 8일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유관기관 수수료를 이달 22일부터 연말까지 면제한다고 밝혔기 때문에 증권사들은 유관기관수수료 면제분 인하를 두고 대응방안을 고민하는 상태에서 대형증권사인 대우증권이 은행연계계좌 수수료를 인하한 것은 타 증권사의 수수료 인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수수료 인하 경쟁의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그 경쟁은 온라인 수수료 전체에 걸친 경쟁이 될 가능성은 적고 은행연계계좌에 국한될 것"이라며 "온라인 수수료 수익에서 은행연계계좌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점개설계좌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작아 증권사 입장에서도 실적악화에 대한 부담이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보익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점유율(MS) 하락을 만회할 수 있는 타개책으로 대형 증권사 중 대우증권이 선제적으로 수수료율 인하 전략을 선택했다"며 "이에 따라 우리, 삼성, 현대, 대신증권 등 타 증권사의 대응전략 또한 수수료율 인하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연구원은 "대형 증권사의 MS 하락은 수익창출력을 크게 저하시키고 신규로 증권업에 진출한 업체의 리테일 영업이 본격화되기 전 2008년말까지 기존 증권사의 영업전략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대우증권부터 시작한 수수료율 인하는 국내 증권산업의 경쟁구도를 더욱 격화시키는 계기가 돼 투자의견 '중립'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