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월간 홍남기' '주간 김현미'

입력 2020-01-14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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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요계에서 '다작 가수'라 하면 단연 윤종신이 꼽힌다. 2010년 3월 '월간 윤종신'을 내기 시작해 9년 넘게 다달이 음반을 내고 있다. 윤종신은 월간 윤종신에 대해 여러 음악에 대한 관객 반응을 살피는 '임상시험'이라 했다.

정부세종청사에도 다작 부총리, 다작 장관이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다. 문재인 정부 31개월 동안 나온 부동산 대책은 18번. 한 달 반마다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꼴이다. 자잘한 세부 대책을 합하면 부동산 대책은 더 늘어난다. 투자자들은 '월간 홍남기', '주간 김현미'란 말까지 만들어 이죽댄다.

문제는 월간 홍남기, 주간 김현미엔 들어줄 만한 곡이 마땅찮다는 점이다. 대책의 효과는 길게 말하기도 민망하다. 집값을 잡겠다는 대책이 나오고 너덧 달 후면 집값이 귀신같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시장에선 살 만한 집이 없다고 아우성인데, 정부는 대개 '여유 없으면 집 사지 말라'는 대책으로 답했다.

대책들 사이 아귀도 영 맞지 않는다. 2017년엔 전·월세시장을 안정화한다며 민간 임대주택 활성화 대책을 내놓더니 지난해엔 그나마 있던 혜택도 없애거나 줄인다.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핀셋'으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을 정하겠다고 밝힌 지 한 달 만에 서울지역 70%를 분양가 상한제로 묶었다.

주택 보유자나 수요자나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 지 모를 수밖에 없다. 정부 정책만 믿고 집을 사고팔았다간 손해 보기 십상이라는 게 부동산시장의 여론이다. 다주택자 사이에선 '장관이 집 팔라고 했을 때 팔았으면 어쩔 뻔했어'란 무용담이 나온다.

부총리, 장관은 가수가 아니다. 정책이 임상시험이 돼서도 안 된다. 이런저런 뒤죽박죽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정책 효과는커녕 정책에 대한 불신만 커진다. 달마다 주마다 대책을 내놓다간, 끝내 어떤 대책도 통하지 않는 내성이 생길지도 모른다. 정책엔 다작보다 시장에 믿음을 줄 수 있는 '한 방'이 중요하다. 제대로 된 한 방이라면 5년에 한 번 나온들 나무랄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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