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을 넘어 ‘점프 코리아’④] “밥그릇 싸움? 청년·장년 원하는 일 다른데 갈등이라뇨”

입력 2020-01-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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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주 서울시50플러스재단 본부장

우리 사회에 과연 일자리 세대 갈등이 존재하는가. 다양한 통계들을 살펴보면 분명히 일자리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알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일자리 수요 대비 공급 부족 현상인지 혹은 일자리에 대한 세대 갈등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일의 의미는 생계유지를 위한 수단일 뿐 아니라 자존감 있는 존재의 증명이기에 성별이나 연령에 상관없이 일에 대한 욕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그러나 일하고 싶은 사람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일자리 공급 자체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어 수요공급의 불일치 현상이 나타난다. 지식과 기술이 발달해도 AI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난 이상 일자리 경쟁은 비단 세대 간의 갈등이 아니라는 뜻이다. 일자리 세대 갈등이 아니라 수요공급의 불일치에 따른 일자리 부족의 문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만약 하나의 일을 놓고 청년세대와 5060세대가 경쟁한다면 이를 갈등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현장에 있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들 두 세대가 원하는 일자리의 성격이 다르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는 안정적인 고용, 미래를 책임질 수 있을 정도의 소득, 그리고 개인의 성장을 느낄 수 있는 일이다.

반면 5060이 선호하는 일자리는 성격이 다르다. 우선 고용의 안정성을 원하는 강도가 상대적으로 청년에 비해서 약한 편이다. 또한 5060의 경우 소득과 시간에 대한 교환가치가 청년과는 다르다. 근로시간의 축소를 통해서라도 자신에게 허락된 시간의 자유도를 높이려는 성향이 있다. 이들에게 삶의 남은 시간이란 소득과 교환하기에는 너무 효용이 높고 매우 한정적인 가치이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자신이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5060은 풀타임의 근무보다는 가능한 한 경험을 살린 파트타임을 선호한다. 노동시간 이외의 시간을 확보해서 삶의 여유를 즐기려는 성향이 강하다. 물론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기본적인 소득 보장이 가능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이러한 생계의 문제는 모든 이에게 동일한 것이므로 논외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로 일의 의미로 개인의 성장을 추구한다는 면에서는 같지만 두 세대가 실제 추구하는 성장의 성격에서는 차이가 있다. 청년층은 일을 통해서 보다 확장지향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반면, 5060세대는 내면을 돌보고 다음 세대를 통해 존재감을 확인하는 나눔 지향의 성장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따라서 동일한 일에 대한 양 세대의 갈등이란 드문 편이고 오해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세대 간 갈등이 나타나는 경우는 기존 직장에서의 은퇴 연령을 일률적으로 연장해 일시적으로라도 신규 노동자의 진입을 막을 때이다. 나이 듦과 상관없이 계속 일하고 싶고 또 일해야 하지만 그 방식은 기존의 기득권을 무조건적으로 연장하는 형태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축적된 경험을 살려 다른 조직에서 재결합할 기회를 늘리는 방식이어야 한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세대 간 결합의 형태로 일자리를 설계할 때 시너지효과가 극대화하는 경우를 많이 접할 수 있다. 사회적 기업이나 스타트업 기업을 새롭게 시작한 청년들이 경험 있는 시니어와의 결합을 통해 많이 성장했다고 감사해 하는 사례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경험을 나누어 주고 싶은 성향이 강한 5060과 코칭에 익숙한 1990년대생 청년세대의 결합은 양 세대의 생애발달 특성과도 매우 적합한 보완관계를 이룬다. 단 경험을 나누고 싶은 욕망이 너무 앞질러 청년세대에 대한 섣부른 조언과 컨설팅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소위 ‘꼰대’라고 하는 표현은 경험의 우월성을 강요하는 기성세대에 대한 청년들의 저항이다. 청년세대와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5060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지식과 정보의 습득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청년과 더불어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관계 역량을 함께 갖춰야 한다.

따라서 일자리 세대 갈등이 아닌 일자리 세대 협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시니어들에게 직무 역량을 습득하고 관계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일방적인 교육의 형태가 아니라 5060이 자발적으로 그들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과거의 권위와 고정관념을 버리며, 필요한 직무 역량과 관계 역량을 더해갈 수 있는 ‘삶의 전환’을 경험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일자리 세대 협업을 지향하는 정부의 역할이다.

-고선주 서울시50플러스재단 본부장

◆주요 학력

-서울대학교 대학원 가족학 박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아동전공학 석사

-서울대학교 가정관리학과 학사

◆주요 경력

-2019.03~ 서울시50플러스재단 캠퍼스사업본부 본부장(현)

-2016.10~2019.02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 관장

-2013.11~2016.09 가정을 건강하게 하는 시민의 모임 대표

-2011.08~2013.08 제1대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원장

-2009.02~2011.05 중앙건강가정지원센터 센터장, 다문화가족사업지원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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