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을 넘어 ‘점프 코리아’②] 韓, 노사협력 수준 세계 123위… 노동손실일수 日의 173배

입력 2020-01-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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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적 노사문화의 민낯

▲현대자동차 노사가 8년 만에 임단협을 무분규로 최종 타결했다. 2019 현대차 임단협 본교섭이 진행되는 모습. 사진제공 현대자동차

‘춘투(春鬪)’라는 말은 일본에서 유래했다. 일본 노동조합의 임금 인상 투쟁이 봄에 집중되는 것에서 유래한 말이다. 한국은 상황이 좀 다르다. 한국 노동계의 투쟁은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춘투에 이어 하투(夏鬪), 추투(秋鬪)라는 말까지 등장할 지경이다. 협력보다 대립에 가까운 한국의 노사관계를 보여주는 말이다.

대립적 노사관계는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한국의 노사협력 수준은 세계 최하위다. 한국은 지난 10년간 노사협력순위 평가에서 평균 123위에 그쳤다. 노사 대립으로 인한 노동손실일수도 최대였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동안 한·미·일·영 4개국의 노사관계지표를 분석한 결과, 임금근로자 1000명당 노동손실일수는 △한국 4만2327일 △영국 2만3360일 △미국 6036일 △일본 245일로 한국이 가장 많았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크고 작은 파업이 줄을 이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1~6월) 발생한 파업은 총 47건으로, 예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016년(29건) △2017년(40건) △2018년(40건)보다 증가했다. 르노삼성차,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국립대병원, 타워크레인 업계가 사측과 갈등을 빚었고 하반기에도 철도노조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파업이 이어졌다.

반복되는 노사 간 대립은 회사의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줬다.

조합원 수만 5만 명이 넘는 국내 최대 사업장 현대차가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차와 한국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2012~2017년) 동안 현대차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연평균 8만3256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한 생산손실 금액도 1조7790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립 일변도의 노사 관계에도 변화의 조짐이 엿보인다. 특히 세계 경기 둔화와 미래차로의 산업 패러다임 전환을 맞이한 자동차 업계가 그렇다. 현대차 노조는 8년 만에 파업 없이 교섭을 마무리했고, 노조 지도부로 실리 성향 후보를 선출했다. 이상수 현대차 신임 노조 위원장은 “무분별한 파업을 지양하고 조합원 실리와 고용 안정에 집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는 차 산업이 위기에 처하자 조합원들 사이에서 투쟁보다 고용 안정을 우선하는 인식이 자리잡은 결과라고 평가한다.

고용 위기를 계기로 노사가 협력하게 된 선례가 있다. 스페인 바야돌리드에 있는 르노 자동차 공장은 2000년대 초반 연간 29만 대를 생산했지만, 금융위기와 유럽 경제 위기로 2006년 생산량이 7만 대까지 떨어졌다. 공장이 폐쇄 위기에 직면하자 노사는 대타협을 맺었다. 노조는 임금 동결과 탄력적인 근로시간 운영에 합의했고, 사측은 신차 물량을 줬다. 그 결과 스페인 공장은 2014년 전성기 시절 생산량을 회복했다.

전문가들은 위기가 오히려 노사협력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차 산업이 맞이한 130년 만의 변화가 현대차 노사를 협력하게 만들었다”며 “노사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도 대립을 멈춰 협력적 노사관계가 정착되는 전환점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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