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ㆍ한-중ㆍ한-중-일ㆍ한-일...숨가빴던 문재인 대통령의 '1박2일' 외교전

입력 2019-12-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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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만나 "김정은 우회설득" 요청...아베에겐 "수출규제 되돌려라"

(국회사진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23일~24일 이틀간 중국을 방문해 제8차 한중일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했다. 북한의 ‘크리스마스 도발’ 가능성과 북미 협상 데드라인 임박 등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 속에 열린 이번 순방에서 문 대통령은 한중, 한중일, 한일 정상회담 등 숨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의 회담에서는 한반도 정세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는 수출규제가 주요 의제로 올랐다. 이번 회의와 회담을 통해 문 대통령은 사드(THAAD) 한반도 배치 이후 냉랭해진 중국측의 마음을 풀어주고, 강제징용 판결이 후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측과 대화의 물꼬를 트는 등 적잖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우선 3국 정상회의가 열리기 전날인 23일 베이징으로 날아가 시진핑 주석을 만났다. 문 대통령은 "잠시 서로 섭섭할 수는 있지만 양국의 관계는 결코 멀어질 수 없는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며 시 주석의 심기를 보살폈다. 이어 '천시는 지리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만 못하다(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는 맹자의 고어를 인용해 한중간의 긴밀한 협력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시 주석이 한반도 상황에 대해 문 대통령과 공감대를 갖고 있음을 언급하고 “더 높은 수준의 양자관계에 오르도록 역할을 하겠다”고 말하는 등 긍정적인 언급을 하면서 정상회담이 성과를 도출할 것임을 예고했다.

시 주석은 “지역의 평화, 안정, 번영을 촉진하고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체제를 수호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넓은 공감대가 있다"면서 ”우리는 줄곧 긴밀하게 협력을 해온 친구이자 파트너"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대통령님과 함께 양자관계가 새롭고 더 높은 수준에 오를 수 있도록 견인하는 역할을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시 주석과 중국이 북한 설득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문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중국이 북한을 설득했음에도 한반도 긴장 국면에 변화가 없을 경우 시 주석의 체면을 구기는 모양새가 될 뿐 아니라 향후 지역 정세에서 중국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는 만큼, 북측이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날 회담에서는 북한 문제 외에도 사드 배치이후 불거진 한중간의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논의도 진행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한국 방문 등 중국이 여전히 봉인 중인 사드후속 조치를 논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작년 12월 21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중앙경제공작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매년 12월에 열리는 이 회의는 내년 경제 운영방침을 결정하는 중요한 행사다. 올해 경제공작회의는 10~12일 열린다. 베이징/신화뉴시스

시 주석과의 회담 후 청두로 이동해 열린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의 회담과 만찬에서는 양국 협력에 관해 보다 구체적인 대화가 오갔다.

문 대통령은 청두에서 유럽까지 1만여 km에 이르는 고속철도를 언급하며 “끊어진 남과 북의 철도와 도로가 완전히 이어지고 한반도에서 중국, 유럽까지 그물망처럼 연결되는 유라시아 물류 혈맥의 완성은 다자평화안보체제로 발전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며 ‘동아시아철도공동체’ 비전을 함께 실현하는 동반자가 되어주길 당부했다. 이에 대해 리커창 총리는 "(문 대통령의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구상에) 중국도 함께 구상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또 “중국은 북미 간 문제를 대화로 해결해야 된다는 것에 적극 지지하며, 앞으로도 함께 하겠다“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국과 적극 소통하며 중국도 긍정적 역할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 협정)과 관련해 “인도가 최종 협정에 언제든 들어올 수 있도록 개방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며 “내년에 최종서명, 발효되면 세계 경제에 강한 원동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도 “마지막 서명의 순간까지 인도의 동참을 위해 계속 노력해야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문 대통령과 리 총리와의 회담은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 구상과 우리의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하나의 이해관계로 연결함으로써 양국 모두에게 득이되는 성과를 도출했다는 평가다. 또 북미 갈등에서 중국이 일정수준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준 것도 좋은 선택이었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에게는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미국에게 확인시킬 기회며, 우리도 한반도 긴장 완화에 도움을 받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날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양국간 이슈가 대거 의제에 올랐다. 양국 정상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대화 의지를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우선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7월1일 이전 수준으로 조속히 회복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중국 청두에서 개최된 8차 한일중 회담을 계기로 이뤄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 이 같이 말하고 "아베 총리의 각별한 관심과 결단을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3년 반만에 수출관리 정책 대화가 매우 유익하게 진행됐다고 들었다"면서 "앞으로 수출 당국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자"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이 최근 1개 품목에 대해 수출규제를 완화한 조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일본이 자발적 조치를 한 것은 나름의 진전이고 대화를 통한 해결의 성의를 보여줬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강제징용과 관련, 양 정상은 서로의 입장차이를 확인하는 수준의 대화를 나눴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 대법원의 판결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으며, 이에 대해 아베 총리 또한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양 정상은 다만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공감대 이뤘으며 특히 강제징용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고 정상간 만남이 자주 이뤄지길 기대한다는데 뜻을 모았다.

지소미아(GSOMIA,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문제와 관련해서도 문 대통령은 "무작정 기다릴 수 없다"라는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 관계자는 "무작정 계속 길어질 수는 없는 노릇"이라면서 "어느 정도 기한 안에는 이 문제가 풀려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양국도 인지하고 있다고 큰 틀에서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정상은 한반도 정세에 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한일, 한미일간 긴밀한 공조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두 정상은 이날 오후 2시 경부터 예정됐던 30분을 넘기며 약 50분간 정상회담을 가졌다.

강제징용 판결과 수출규제 등으로 등을 돌렸던 양국 정상이 만난 것 자체만으로도 문제해결의 물꼬가 트였다는 평가다. 하지만 ‘빅딜’ 수준의 합의 없이 입장차이를 재확인하는 차원에 머물렀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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