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공급물량 감소 필요...의미있는 상승세 전환 불투명
반도체 시장의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해외 반도체 업체들이 감산 계획을 발표했다.
대만의 D램 업체인 파워칩은 지난 8일 4분기 중 D램 생샌의 10~15%를 축소하겠다고 밝혔고, 일본의 엘피다는 다음날인 9일 9월 중순부터 D램 생산을 약 10%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해외 반도체 업체들의 감산 발표 이후 10일 국내의 대표적인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각각 1.12%, 8.06% 상승하기도 했다.
해외 반도체 업체들의 감산에 이어 타 업체들의 감산 참여가 전망되고 이에 따른 반도체 시장의 시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주가가 반등한 것이다.
하지만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감산 조치에 따른 업황 개선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D램의 하락 사이클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공급 물량 감소가 필요하나, 이번 해외 업체의 감산 조치는 실질적인 생산 감소보다 타 업체들의 감산 참여를 독려하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서원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엘피다와 파워칩의 감산예정 물량이 향후 파운드리 사업 전환 계획인 비주력 라인에 집중돼 실질적인 생산 감소 효과는 회사의 발표 규모보다 훨씬 작을 것"이라며 "최근 D램 가격 급락으로 엘피다, 파워칩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엘피다와 파워칩이 D램 감산에 앞장선 후 타 업체들도 감산에 참여를 기대하고 간접적으로 독려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연구원은 "엘피다, 파워칩의 감산 발표는 D램 스팟 가격의 하락세를 진정시킬 수 있지만 큰 폭의 가격 반등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반도체 업계의 재편이나 D램 업체들의 적극적 참여로 인한 D램 생산의 대폭적인 삭감, 설비투자 축소 및 8인치 팹의 퇴출 등이 있어야 실질적인 공급물량 감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민희 동부증권 연구원은 "아시아 메모리 제조업체들이 최근 반도체 재료 주문을 줄이면서 사실상 감산에 돌입하는 것으로 보여 실제 감산규모는 타 업체들까지 포함하여 더 커질 것"이라며 "하지만 경기침체로 인해 전반적인 수요가 계속 약할 것으로 보이고, 감산 또한 일시적 조치이기 때문에 가격회복 기간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장열 현대증권 연구원은 "엘피다와 파워칩의 감산 규모를 감안하면 전세계 D램 물량의 약 2~3%에 해당 돼 최근 D램 가격 하락세를 진정시킬 호재이지만, 이번 조치가 D램 가격을 의미있는 상승세로 전환 시킬 수 있을지는 아직 다소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기타 후발업체의 추가 감산 조치가 있을 것인지 지켜봐야 하고, 플래시 수급 개선이 계속 지연될 경우 하이닉스의 플래시가 D램으로의 전환 효과가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다만 D램의 공급초과는 어느정도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져 일단 관련 주가에는 긍정적"이라며 "근본 제품 경쟁력에 이슈가 없는 회사부터 주가가 전저점 바닥을 확인하고 상승세 전환을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송명섭 CJ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파워칩과 엘피다의 감산 조치로 D램 현물가격의 안정화와 이에 따른 고정거래가격의 안정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관련주의 주가 역시 반도체 가격 안정화에 따라 점진적인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 연구원은 "다만 주가의 본격적인 반등은 업황 회복이 어느 정도 현실화되고 나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며 "그간 반도체 업황의 극심한 부진과 주가 급락을 경험한 투자가들이 양사의 감산이 실제적으로 반도체 수급 및 가격에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할 것인지 먼저 확인하려고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양사의 감산 물량이 적지 않은 수준이고 양사에 이어 더욱 어려운 환경의 타 업체들이 감산에 동참한다면 이는 실질적으로 D램 수급 및 가격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며 "또한 저조한 3분기 실적은 실적 발표를 전후해 국내 반도체주의 주가에 단기적인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이미 지나간 시기의 실적이므로 업황의 개선에 의한 주가 반등 추세를 꺽지는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