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세상 읽기] 이혼이란 무엇인가 묻는 ‘결혼 이야기’

입력 2019-12-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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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최근 재벌그룹 회장이 이혼 위자료로 무려 1조 원이 넘는 돈을 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기사가 떴다. 상상이 가지 않는 금액이라 실감이 나지 않지만 결혼만큼 이혼도 정말 잘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은 든다. 뭐 돈 없는 사람이야 남의 나라 얘기겠지만 말이다. 그러다 우연히 눈에 확 뜨이는 명작 하나를 발견했다. 신산스럽고 참담한 이혼의 과정을 냉철하지만 따뜻함을 잃지 않고 그려낸 영화 ‘결혼 이야기’ 얘기다.

최근 봉준호 감독이 올해 가장 볼 만한 영화로 이 작품을 꼽았고 내년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에서는 남녀 주연배우(스칼렛 요한슨과 애덤 드라이버)를 일찌감치 주연상 후보로 노미네이트하였다 하니 기대를 가지고 볼 만하다. 제작은 의외로 넷플릭스가 맡았다. 감각적이고 말초적인 영화만을 제작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웰메이드 명작도 만들어낸다. 영화팬으로선 반가운 일이다.

사실 영화의 제목은 ‘결혼 이야기’이지만 내용은 이혼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예전 할리우드 영화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가 생각나지만 ‘결혼이야기’는 변화된 시대에 조응하여 이혼을 바라보는 방식도 신파를 벗어나 보다 현실을 직시해낸다.

▲결혼이야기
노아 바움백 감독은 어느 인터뷰에서 제목이 왜 이혼 이야기가 아니고 결혼 이야기인지를 묻는 기자에게 “낮에는 법정에서 싸우다 밤에는 아이의 숙제를 봐줘야 하는” 상황도 겪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혼 도장을 찍기 전까지는 이혼을 해내는 과정도 결혼의 기간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단지 결혼 적령기에 사랑에 빠진 상대방과 결혼을 하지만 평생 그 사랑을 지속시키는 데는 대부분 실패한다. 변덕스런 감정을 가진 인간으로선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그저 무늬만 부부처럼 살아가는 건 타인의 눈총이 싫거나 재산분할로 그동안 쌓았던 재산이 거덜나는 게 두렵거나 아니면 그놈의 자식 때문이거나 그도저도 아니면 의리 때문이라고 하면 너무 잔인한 말인가? 황혼 이혼율이 점점 높아가는 시대에 부부로 사는 것 역시 만만치 않다. 연말에 더욱 그런 생각이 짙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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