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전화사기 대책 외면..."번호이동과 별개"
방송통신위원회가 유선전화와 인터넷전화(VoIP)간 번호이동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전화사기(보이스피싱)에 대한 대책이 빠져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0일 방통위와 경찰 등에 따르면 방통위는 내달 번호이동제도를 도입하면서 전화사기 문제에 대해서는 수사당국이 해결해야 할 일로 규정하고 있다.
번호이동제도란 현재 KT집전화를 쓰던 고객이 VoIP로 전환할 경우 기존에 사용하던 번호를 그대로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방통위는 그동안 대통령 업무보고 등을 통해 VoIP로 긴급발신할 경우 위치추적이 가능해져 유ㆍVoIP간 번호이동제도를 10월중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혀왔다. 그러면서도 전화사기에 대해서는 "번호이동과 별개'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방통위의 이 같은 입장은 전화사기의 상당수가 VoIP를 통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도도입은 하되 제도 도입에 따른 피해가 발생할 경우 책임은 수사당국에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VoIP가 발신번호를 손쉽게 조작할 수 있고, 조작된 발신번호의 발신지 추적이 불가능해 전화사기 범죄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방통위 관계자는 "소비자의 선택권 보호를 위해 번호이동성제도 도입이 필요하고, 유선전화 시장의 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면서 "전화사기는 번호이동제와 상관 없는 것이고, 문제가 생기면 수사 당국이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또 번호이동제를 도입할 경우 전화사기 발생이 많아질 가능성이 있음에도 수사당국과 협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당국은 방통위의 이 같은 방침이 정해지면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유선과 VoIP간 번호이동성이 시행되면 전화사기가 늘어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라며 "방통위는 제도 도입과 관련해 수사당국과 얘기조차 하지않은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