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인터뷰] 유지형 티웨이항공 부기장 "15년간 가슴에 품었던 날개를 폈다"

입력 2019-11-27 15:00수정 2019-11-2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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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형 티웨이항공 부기장이 25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화물청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중학교 시절 적성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추천 직업군에 '조종사'가 있었어요. 어린 마음에 막연히 '기장'의 꿈을 꿨는데 15년 만에 현실이 됐네요."

티웨이항공의 열번 째 여성 조종사가 된 유지형 부기장(32)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고 관련 업종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슴 한켠에서 꿈틀거리던 창공을 가르는 조종사에 대한 꿈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세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항공사에 몸담고 계신 아버지 덕분에 어릴때부터 비행기를 자주 타며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된 점도 한 몫 했다.

이투데이가 지난 25일 만난 유 부기장은 다부지고 강인해 보였다. 조종사가 되기까지 혹독한 훈련을 감내하며 응축된 내면의 힘이었다.

유 부기장이 본격적으로 조종사의 꿈을 이루자고 달려든 건 2015년이었다.

조종사가 되기 위한 방법은 공군사관학교 진학 외에도 크게 △국내 항공운항학과 졸업 △국내 비행교육원 교육 이수 △미국 비행교육원 이수 등 다양하게 있다.

이 중에서 그가 택한 것은 ‘미국행’이었다. 이유는 ‘시간 단축’이었다. 유 부기장은 “조종사가 되기 위한 자격증 취득을 위해서는 기상 조건이 좋아야 하는데, 한국은 3면이 바다여서 특히 아침에 기상이 좋지 않다”면서 “날씨관계로 비행 가능 날짜가 많이 줄어들어 기준 비행시간을 채우기까지 상대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미국에 비해 학교 수나 훈련 비행기 수도 적은 편이다.

단, 한국이든 미국이든 비행 교육에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 학비를 모으는 기간만 2년이 걸렸다. 2017년 9월에 드디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조종사가 되기 위한 첫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유지형 티웨이항공 부기장이 25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화물청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조종사가 되기 위한 조건 중 하나인 ‘사업용 조종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각 항공사가 정한 기준에 맞춰 비행시간을 채워야 한다. 티웨이항공은 250시간이지만, 어느 항공사에 지원할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학생들은 통상 300시간 정도 채운다.

유 부기장 역시 305시간을 채웠으며, 해당 자격증을 취득하기까지 10개월이 걸렸다. 그는 연신 “운이 좋았다”라며 겸손해 했지만, 통상 1년 넘게 걸린다고 한다. 그가 상대적으로 빨리 자격을 갖출 수 있었던건 물론 운도 따랐겠지만, 영어 소통능력과 열정의 역할이 컸다.

자격증을 딴 것으로 안도감을 느끼기엔 갈 길이 멀다. 우선 미국에서 딴 사업용 조종사 자격증(면장)을 한국 면장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필기시험과 경비행기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이제서야 항공사에 지원서를 낼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을 갖춘 ‘취업 준비생’이 된다.

그는 2018년 12월 티웨이항공으로부터 합격 소식을 들었다. 올해 1월에 정식 입사를 한 그는 8개월 간의 혹독한 훈련과 테스크를 거쳐 지난 9월 정식으로 부기장이 됐다. 입사와 동시에 바로 비행을 할 수 없다는 의미로 이 기간동안은 훈련생(훈련요원, 수습부기장)으로 불린다.

8개월간 그는 비행기를 정상적으로 운항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해 배우고, 어느정도 숙달이 된 후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 지를 훈련했다. 이 과정에서 역량을 인정받지 못하면 정식 조종사가 될 수 없다.

유 부기장은 “공중에 고립된 상황이다 보니 언제든지 위험한 상황이 터질 수 있다”면서 “악천후, 통신두절 등 다양한 위급 상황들을 시뮬레이터로 구현하고 기장과 부기장이 서로의 자원과 능력을 배분해 문제를 잘 해결하는지를 배운다”고 설명했다.

▲유지형 티웨이항공 부기장이 25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화물청사에 위치한 한국공항공사 항공훈련센터에 있는 보잉 737 800 모의비행장치(SIM)에서 비정상상황대비 훈련을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정식으로 부기장 발령이 난 유 부기장은 지금까지 총 160시간을 비행했다. 그는 “경험이 부족한 초년생임에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많은 사람의 안전을 책임을 져야한다는 점이 부담스럽지만, 늘 희망사항이었던 비행기 조종실(cockpit)에 앉아서 복잡한 시스템을 만지고 작동해볼 수 있다는 자체는 상당히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국내 항공업계에 조종사는 약 3000명이다. 이중 여성 조종사는 50명 안팎으로 알려졌다. 티웨이항공의 경우 전체 조종사 수 353명 중 여성 조종사는 10명으로 2% 대에 불과하다.

그는 남성이 유독 많은 이 곳에서 소통에 큰 어려움 없이 본인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이유는 ‘동등함’ 때문이다. 유 부기장은 “비행기 조종실에서는 기장과 부기장의 업무 분장이 확실히 돼 있어서 성별에 상관없이 각자의 일에 집중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부기장은 기장을 보좌하고 문제 발생 시 기장에게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또 연료, 비행 준비 등의 확인은 물론 통신을 담당한다.

비행이 시작되는 순간 기장과 부기장은 PF(Pilot Flying)과 PM(Pilot Monitoring)으로 역할을 구분하게 된다. PF는 비행을 전반적으로 관장하며, PM은 옆에서 PF가 지시하는 일과 전반적인 모니터링을 한다. 또 부기장이 향후 기장이 될 것을 대비해 조종실 내에서는 두 사람(PF, PM)의 역할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유 부기장도 기장으로 가는 항로를 비행중이다. 요건은 △총 비행시간 3500시간 중 운송용 항공기 비행 2000시간 이상 △부기장 근무기간 3년 6개월 이상 △필수자격 소지(운송용 조종사 자격증, 항공영어 4등급, 항공신체검사 증명서, 항공무선통신사) 등이다.

이 같은 요건을 모두 갖춰도 기장고사 및 시뮬레이터 체크, 자격 심사를 거쳐 기장승격대상자로 선발돼야 한다. 최종 선발된 이들은 기장이 되기 위한 본격적인 훈련을 받게 된다.

유 부기장은 “티웨이항공에 와서 느낀 점은 상대적으로 나이와 성별을 보지 않고 순수하게 실력과 가능성을 보고 채용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끊임없는 훈련을 견디기 위해서는 입사 후에도 쉼없이 갈고 닦으며 자기발전과 관리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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