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아영의 발명 이야기] 불의 발견, 그리고 성냥 발명한 인류

입력 2019-11-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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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톨릭대 바이오메디대학 교수

사전적으로 정의된 발명이라는 개념은 과학적 창의와 기술적인 아이디어를 통한 새로운 방법·기술·물질·기구 등을 창조하는 것으로, ‘invention’의 어원인 라틴어의 ‘inventio’는 ‘생각이 떠오르다’를 뜻하는 말이다. 그리고 발견의 사전적 정의는 미처 찾아내지 못하였거나 아직 알려지지 않은 사물이나 현상, 사실 따위를 찾아내는 것을 의미한다.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논하는 문제 같아 보인다.

대부분의 발명은 발견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발명의 모티브는 그 현상을 얼마나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보느냐에 있다. 그리고 그 현상에서 아이디어의 착상이 떠오르게 되고, 실험과 연구 과정을 통해 일상생활 내의 보편 개념으로 끌어들이는 과정이 곧 발명인 것이다. 일례로 인류의 삶에 큰 의미를 가져다준 불의 존재는 발견에서 시작되었지만, 오늘날 우리가 너무나 쉽고 간편하게 사용하기까지는 많은 과정이 필요했다. 우리나라에 성냥이 들어온 것은 1880년 개화승 이동인(李東仁)이 일본에서 가져온 것이 처음이었으나, 일반인에게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한일병탄 직후 일제가 인천에 ‘조선인촌(朝鮮燐寸)’이라는 성냥공장을 세우고 대량 생산을 하면서부터였다. “인천에 성냥공장”이라는 말은 바로 여기서 비롯되었던 것이다. 일제는 이후 수원, 군산, 부산 등 전국 각지에 성냥공장을 잇달아 설립했는데, 우리에게는 제조기술을 숨기고 일본인들끼리만 시장을 독점, 성냥 한 통에 쌀 한 되라는 비싼 값을 받아 착취의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니 매일 성냥을 만들면서도 성냥 하나 살 수 없었던 가난한 조선의 여직공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를 빼내고자 했던 것도 당연했을 성싶다.

사실 조선시대에도 성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작은 소나무 가지에 유황을 찍어서 딱딱하게 말린 ‘석류황(石硫黃)’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지금처럼 마찰에 의해 불이 붙는 것이 아니라 화로 속에 집어넣어야 불이 붙는 것이어서 사실상 큰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선조들은 성냥에 대한 말의 표현이나마 일본식 표현인 ‘인촌’ 대신에 ‘석류황’을 고집했고, 바로 이 말이 빨리 발음되다 보니 오늘날의 ‘성냥’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지금은 라이터에 밀려 사양화의 길을 걸은 지 오래지만, 성냥의 발명은 인류에게 진정한 의미의 불을 가져다주었다. 프로메테우스가 신(神)에게서 불을 훔쳐 인류에게 전해주기는 했지만, 성냥이 나오기 전까지는 불이 일단 꺼지면 부싯돌을 수차례 두드리고 나뭇가지를 힘들게 비벼대야 하는 불편함이 뒤따랐다. 오죽했으면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불씨를 꺼뜨리는 며느리를 내쫓기까지 했을까?

아무튼 인류에게 엄청난 편리를 가져다준 성냥의 역사는 1669년 독일인 브란트가 ‘인(燐)’이라는 물질을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그는 은을 금으로 바꿔줄 수 있는 물질을 찾기 위해 각종 연금술 실험을 하던 중, 어느 날 공기의 유입을 차단시킨 상태에서 소변을 끓여 보았다. 하지만 당장 어떠한 현상이 나타나지는 않아 무심코 병에 담아 보관했는데, 어느 날 밤이 되어 보니 이 병에서 은은한 빛이 나오는 것을 관찰하였다. 인체 내의 인 성분이 소변을 통해 빠져나왔다가 다행히 공기에 의해 산화되지 않아 인 고유의 특성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영국의 보일과 같은 과학자들은 이후 인을 발화제, 즉 성냥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너무 쉽게 불이 붙고 위험해서 실제 사용은 불가능했다.

오늘날의 성냥은 이로부터 100년이 훨씬 지난 1827년, 영국의 약제사였던 워커가 화학실험을 하던 중 우연히 개발하게 되었다. 그는 연소산칼륨과 황화안티몬을 섞어 천에 발랐는데, 이 또한 별 특징이 없어 천 조각을 난로 뒤쪽에 던져두었다. 그런데 여기서 갑자기 불이 붙는 것이었다. 워커는 연구를 거듭한 끝에 열이 없어도 이 혼합물에 마찰을 가하면 불이 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후 이러한 천들을 잘게 썰어 작은 나무막대 위에 감아서 말린 뒤 이를 유리조각이 묻어 있는 종이에 그어서 불을 붙이는 형태로 발전시켰다. 오늘날 성냥을 영어로 ‘매치(Match)’라고 부르는 이유는 바로 성냥개비와 마찰종이가 항상 쌍으로 어울려 있어야 한다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후 1833년 독일에서는 인의 일종이면서 발화점은 인보다 높은 황린(黃燐)을 이용, 유리종이가 없어도 어떤 물체에 비비기만 하면 불이 붙는 성냥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미국 서부 영화를 보면 카우보이들이 종종 성냥을 그들의 구두에 슬쩍 그어 담뱃불을 붙이는 장면이 등장하곤 하는데, 바로 이 성냥이 황린성냥에 해당된다.

생각해보면 발견은 이렇게 발명의 어머니 역할을 하게 된다. 무심코 지나쳤던 오늘 하루에도 누군가는 그 현상의 의미를 넘어 필요라는 개념으로 바라보게 되고, 그 필요가 발명이라는 창조적 아이디어를 자극하게 되는 것이다. 과학자로서의 오늘 나의 하루는 무엇을 발견하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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