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정현의 게임으로 보는 세상] 일본 야후와 라인의 통합을 게임산업에 대입한다면

입력 2019-11-18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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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

지난 13일 네이버 자회사인 라인은 야후를 운영하는 Z홀딩스와 통합을 위한 교섭을 하고 있다고 인정해 업계를 긴장시켰다. 만일 이번 두 회사의 통합이 실현되면 이용자 수 1억 명을 넘어서는 거대기업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SNS, 검색, 결재, 전자상거래 등의 다양한 사업을 아우르는 일본 최대의 플랫폼 기업이 탄생한다.

두 기업의 통합 논의 이면에는 두 기업 공통의 성장성의 한계라는 고민이 있다. 결재 시장에서 야후의 페이페이와 라인페이는 진흙탕 싸움을 전개하고 있지만, 양사 모두 올해의 상황은 좋지 않아 페이페이가 2000억 원의 적자, 라인페이는 1500억 원의 적자를 기록 중이다. 또 야후는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라쿠텐이나 아마존 저팬에도 밀리고 있다. 올해 야후의 실적은 2.6조 엔(약 29조 원)에 머물러, 라쿠텐 3.4조 엔(약 37조 원), 아마존 저팬 2.7조 엔(약 30조 원)에 비해 밀리고 있다. 야후가 그나마 29조 원의 매출에 이른 것은 올해 ‘조조’라는 전자상거래 회사를 5조 원에 인수했기 때문이다.

라인 역시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라인은 작년부터 결재, 금융, 여행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지만 결과를 내기에는 시간이 걸린다. 라인은 올해 2조5000억 원의 매출이 예상되지만 적자 역시 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갈 길이 먼 상황에서 두 기업은 각개약진보다는 합종연횡을 선택한 것이다. 두 기업이 결합하면 일본 내 주요 인터넷 기업 1위로 올라설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선택은 “시장점유율 1위가 되면 수익은 올라간다”이라는 소트프뱅크 손정의 회장의 지론을 실현하는 비책이기도 하다.

이들의 통합 시도는 명분도 있다. 이들은 미국의 아마존이나 구글, 중국의 알리바바 등에 대항해 아시아의 플랫폼을 만든다는 대의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미국과 중국 중심의 글로벌 플랫폼 대결 구도가 강화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 명분론이다.

하지만 이런 라인과 야후의 글로벌 스케일에 비해 우리 게임사의 제휴는 효과도 명분도 없다. 10월 라인과 야후와 유사하게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넷마블은 엉뚱하게도 웅진코웨이라는 정수기 회사를 인수했다. 일부 게임 유저들은 ‘게임산업을 정화하기 위해서 정수기 회사를 인수했다’는 우스개 소리를 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도 왜 게임과 관련 없는 회사를 인수했는지, 그리고 정수기 회사와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한 명쾌한 설명은 없다. 바로 이 점이 이번 라인과 야후의 통합 논의와의 차이다.

전략적 제휴와 관련해 한국 게임사가 범한 실수는 많다. 과거 16년 전인 2004년 중국 텐센트는 필자를 통해 한국 게임사인 네오위즈에 간절하게 제휴를 요청했다. 하지만 네오위즈는 국내 사업에 바쁘다는 이유로 텐센트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리고 반대로 10년 후 텐센트에 자사의 인수를 타진했지만 단칼에 거절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올 초 한국 사회에 충격을 주었던 넥슨 매각 시도 역시 마찬가지다. 넥슨 김정주 회장은 넥슨을 통째로 매각하려는 시도를 했지만 글로벌 플랫폼 기업으로서 게임의 시너지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제휴는 시도하지 않았다. 게임은 AI와 빅데이터의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넥슨 역시 아마존이나 디즈니, 또는 카카오와 매각이 아닌 ‘혈맹’을 맺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인터넷은 ‘본 글로벌’(born global) 사업이다. 이 말은 태생적으로 글로벌이라는 의미다. 반대로 글로벌 전개를 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의미도 들어 있다. 본 글로벌은 물리적 국경을 넘어 디지털 제국을 건설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이런 디지털 제국을 위한 고민이 라인과 야후의 통합 논의에는 들어 있다. 그러나 게임사 창업자의 머릿속에 이런 고민이 없다. 이들이 언제쯤 본 글로벌이라는 개념을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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