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문제적 작가’ 옌롄커 “이 시대 중국에서 태어난 건 행운”

입력 2019-11-1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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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산문화재단-교보문고 ‘세계작가와의 대화’ 초청으로 내한

▲중국 소설가 옌롄커가 12일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실패한 작가'라고 평가했다. (사진제공=대산문화재단)

“중국에서 소설을 쓰려면 특별한 영감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중국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과 사고, 이야기들은 작가가 영감을 얻을 수 있는 부분보다 훨씬 더 다양하기 때문이죠. 스토리로 넘쳐나는 시대와 나라에서 태어나 작가로서 글 쓰고 있는 건 행운이에요.”

중국에서 ‘가장 문제적인 작가’로 불리는 옌롄커(염련과ㆍ閻連科)는 12일 서울 광화문 식당에서 진행된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소설을 쓸 때 어디서 영감을 얻는지 묻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옌롄커는 스스로를 ‘실패한 작가’라고 소개했다. 그는 “극도로 창작성이 풍부한 작품을 써내지 못했다는 이유”라며 “자신의 중편 소설 ‘연월일’ 말고는 영감을 얻어 쓴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 자조와 농담 사이의 발언이다.

“살면서 많은 이상을 갖고 있었는데, 80% 이상은 완전히 달성하지 못했어요. 글쓰기 면에서 저는 위대한 작품을 쓰지 못했죠. 진정한 독창성을 갖고 창조력을 발휘한 작품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일상적인 면에서 말씀드리면 전 참 재미없고 심심하게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제가 실패한 사람이라는 거죠.”

옌롄커는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부단히 읽고 생각하고 또 읽는다”고 했다. 그는 “중국은 인구가 많은 만큼 번역서도 굉장히 많아서, 제가 열독과 읽기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는 한 영감이 없어 소설을 못 쓰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더 중요한 건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읽으려 한다. 젊은 작가들은 훨씬 더 활기가 넘치는 작품을 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옌롄커는 자국 내에서 빼어난 현실적 묘사로 인해 일부 작품이 출간금지 처분까지 내려지는 ‘문제적 작가’로 불린다. 중국의 감추고 싶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려냄으로써 권력층과 부유층을 가장 불편하게 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반면 해외에선 그를 ‘현대 중국이 가장 숨기고 싶어하는 어두운 일면을 거침없이 드러낸다’고 평하며 노벨문학상 후보자로 거론한다.

그는 본인의 작품이 금서(禁書)가 된 이유에 대해 “중국은 모든 책을 검열합니다. 검열제도는 정확한 기준이 있고, 그 기준을 통과하면 출판할 수 있지만, 맞지 않으면 금서가 됩니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중국의 우수한 작품들이 문제 없이 출판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심사제도, 검열제도로 글을 쓰는 사람 입장에서 자유가 억압받게 되는 것이 사실이죠. 출판되는 작품이 좋다, 나쁘다 말할 수없어요. 모든 건 예술적 관점에서, 심미적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옌롄커는 최근 홍콩에서 벌어지는 민주화 시위와 사드(THAAD) 배치, G2 반열에 오른 중국 등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옌롄커는 지난 2008년 광우병 의혹 규명을 요구하는 촛불시우에 참여해 가두행진을 한 사실을 이날 밝히기도 했다. 시위 참여 이유는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는 “홍콩 시위는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흔적”이라며 “제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어떤 이유든 간에 폭력이 자행되는 것을 반대하고,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위한 행동은 가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경제 발전에 대해서는 “중국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해 미국과 함께 G2 국가 반열에 올라섰지만, 인구 수인 14억으로 나누면 경제수준은 그렇게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을 ‘나약한 사람’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저는 중국 사회 여러 현상에 대해 비판한 적이 없어요. 사실을 그대로 적었을 뿐이죠. 내 인생과 문학을 성찰해보면 나의 나약함과 유약함이 드러납니다.”

옌롄커는 코소보 인종청소 문제에 대한 정치적 견해를 밝힌 페터 한트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논란이 된 것에 대해서는 “문학적 관점에서 보면 매우 가치있는 작품을 쓴 작가”라고 말했다. 이어 “코소보 사태에 대한 다각도의 비평과 입장을 접했는데, 작가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현상에) 참여하고 의견을 내지 않나. 그런데 중국 작가들은 침묵한다”고 했다.

옌롄커는 대산문화재단이 교보문고와 공동기획한 ‘세계작가와의 대화’ 첫 작가로 방한했다. 국내 출간될 신작 ‘빨리 함께 잠들 수 있기를’에 대해서는 “나를 포함해 모두 실존 인물들”이라며 “굉장히 흥미로운 글쓰기 경험이었다”고 설명했다.

옌롄커는 이날 오후 7시30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침묵과 한숨 - 내가 경험한 중국과 문학’을 주제로 독자들에게 강연한다. 이어 13일 오후 2시 연세대, 오후 5시 고려대에서 같은 주제의 강연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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