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이미영 에코플레이 대표 "미세먼지 교육, 안전과 직결…고발 아닌 공유"

입력 2019-11-07 14:21수정 2019-11-0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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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경력단절 보며 안타까워…이 분야 최고 될 것"

▲이미영 에코플레이 대표가 서울 양천구 목동 중소기업유통센터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미세먼지가 뿌옇게 하늘을 뒤덮은 날인데, 아이는 어김없이 "밖으로 나가자"며 부모를 조른다. 엄마, 아빠는 "이런 날 나가면 아야해요(아파요)"라며 타이르지만, 아이는 막무가내다. 미세먼지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아이에게 얼마나 유해한지 설명하는 것처럼 막막한 일도 없다.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일이다.

이미영 대표의 '에코플레이'는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최근 서울시 양천구에 있는 중소기업진흥공단 서울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만난 이 대표는 "아이가 증강현실 기술을 통해 눈으로 보고 체험함으로써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면서 "아이가 포도송이 모양으로 보이는 폐포 속에 초미세먼지가 들어가는 모습을 3D로 보더니 실감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에코플레이는 환경교육 전문 소셜벤처 기업이다. 2018년 미세먼지 증강현실 오프라인 체험존을 출시했다. 이 프로그램은 학교, 지자체, 과학축제, 안전축제 등에서 즐겨찾는다. 단순히 '미세먼지가 이렇게 위험하다'는 말로 끝나면, 공포감만 조성할 뿐이라고 생각해 아이들이 직접 증강현실을 통해 나무를 색칠하고, 나무를 심는 등의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획한 결과다. 자연보호라는 교훈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번에 내놓는 에코플레이의 '야심작'은 미세먼지 진단 공유 플랫폼 '에코캐스트'다.

"미세먼지 측정 앱은 많지만, 공기질이 나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주지 않으니 답답한 것 같아요. 환기하지 않으니 이산화탄소(CO2)와 휘발성유기화합물(VOC) 그리고 방사능 물질까지도 쌓이는 거잖아요. 단순히 '나쁘다'가 아니라 '몇 분 외출해도 괜찮다'는 걸 알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어요."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원 출신인 이 대표도 알고리즘을 찾아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근무하고 있는 선배의 도움 끝에 알고리즘을 발견하고, 특허 출원까지 이뤄낼 수 있었다.

화려한 경력을 뒤로 하고, 스타트업에 도전한 이 대표의 꿈은 다부지다. 그는 "지금은 미비해도 50대엔 환경 1인자가 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후에도 아이가 눈에 밟혀 복직할 수 없었던 그에게 지금의 일은 너무나도 값지고 소중하다. 함께 에코플레이를 꾸려 나가는 3명의 엄마에게도 항상 '일을 놓지 말자'고 말하곤 한다.

에코플레이는 동부여성발전센터와 일자리 양성과정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교육, 환경, 과학에 종사했던 경력단절 여성들을 훈련시켜 환경교육을 희망하는 학교에 파견할 계획이다.

"저도 82년생 김지영 세대예요. 저는 83년생 이미영입니다. 대기업 출신 여성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돌봄이나 교육 쪽으로 진로를 택할 수밖에 없는 게 너무나도 아쉽고 속상해요. 저희 회사가 잘 될수도 있고, 최악의 상황이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환경'으로 진로를 정한 만큼 꾸준히 해나갈 거예요. 힘들어도 괜찮아요. 꿈이 있으니까요."

▲에코플레이가 증강현실 인트렉티브 기술을 활용해 아이들에게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설명하고 있다. 화면 속에는 아이들이 직접 색칠한 나무가 화면 위에 심어지고, 미세먼지로 발생한 이산화탄소가 사라지고 있다. (사진제공=에코플레이)

다음은 이 대표와 일문일답

- 에코캐스트는 공기 질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다. 시민들이 자신이 간 곳에 대해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하고, 자발적으로 미세먼지 데이터를 공유하는 식이다. 한편으론, 고발성 애플리케이션(앱)이 될 수도 있을 거 같다.

"저희 애플리케이션 킬러 콘텐츠는 '진단'입니다. 시민 참여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겠지만, 미세먼지와 관련된 정보 공유를 원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실내 공기 질은 미세먼지 농도도 중요하지만, 영업장 관리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도 있습니다. 관리 잘하는 영업장은 저희 앱으로 인증하려고 하실 수도 있고요. 단순히 네거티브한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닌, 소소한 제보와 공유를 통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얻어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 환경 안전 네트워킹 구축이 목표인가.

"그렇습니다. 미세먼지 관련 이슈는 겨울과 봄에 주로 나옵니다. 미세먼지는 안전 영역과 직결돼 있습니다. 저희가 미세먼지와 관련된 교육 사업을 하는 것도 요구하는 곳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최근 인천 수도 사건처럼 갑작스럽게 큰 이슈는 없을지라도, 어느 정도 준비해두면 나중에 관련 사고가 터졌을 때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겠죠."

- 출산과 육아로 경력 단절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

"직장도 멀고, 야근도 잦다 보니 돌을 막 지난 아이를 두고 나가는 게 어려웠어요. 다시 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할 거 같아요. 2015년부터 3년간 방과 후 과학교재를 쓰는 등 짧게 일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았던 거 같아요. 연구직이나 토목 설계 같은 분야는 남성이 많으니 여성이 배려받기 힘들어요. 이공계는 짧은 근무를 선호하지도 않고요. 그런데 교육은 여성이 많아서 진입하기 수월했어요. 결국 에코플레이가 증강현실과 관련된 사업까지 가게 됐지만요."

- 사회 경험이 새로운 일을 도전하는 도움을 줬을 거 같다.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었어요. 고려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님 등 주변의 도움 덕분에 가능했죠. 저는 제 분야를 놓지 않으려고 했어요. 저희 어머니는 교사 출신인데, 10년 이상 경력이 단절되니 아예 놓게 되시더라고요. 요양보호사 자격증과 간호조무사 자격증은 땄지만, 전문 영역으로 돌아갈 순 없으셨죠. 부모 세대를 통해 봤고, 학습했기 때문에 여성들도 일을 놓지 않았으면 합니다. 경력 단절이 오래되면, 아이 돌봄 쪽으로 일자리가 한정되는 걸 봤어요. 저는 그게 싫었어요. 저는 처음부터 스타트업에 있었던 게 아니에요. 판이 큰, 잘 짜인 곳에서 안정적으로 시작했죠.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생태계 속에 놓인 기분이에요. 그래도 오래가고 싶어요. 제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습니다. 놓지 않았고, 놓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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