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100세] 녹내장 있으면 실명되나요?

입력 2019-11-0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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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훈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 안과전문의

▲황영훈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 안과전문의
녹내장은 눈 속에 있는 시신경이 약해지면서 보는 범위가 점점 좁아지는 병이다. 대부분 환자 본인이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조금씩 병이 진행되기 때문에 녹내장을 ‘소리 없는 실명’ 또는 ‘시력 도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 번 약해진 시신경은 다시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녹내장 치료의 궁극적인 목표는 악화를 막는 것이다.

녹내장에서 시신경을 약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눈 속의 높은 압력(안압)이다. 높은 안압은 시신경을 압박해 점점 약해지게 한다. 따라서 녹내장 치료의 핵심은 안압을 잘 조절하는 것이다. 그런데 ‘높은 안압’은 사람마다 정의가 다르다. 가령 시신경이 튼튼한 사람은 다른 사람에 비해 안압이 더 높아도 별 이상이 생기지 않지만 시신경이 약한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는 정상범위인 안압에서도 시신경이 손상될 수 있다. 따라서 녹내장에서는 시신경과 안압의 상호관계가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녹내장은 안압이 정상범위(대략 10~20 mmHg) 내에 있지만 다른 사람보다 시신경이 상대적으로 약해서 생기는 ‘정상안압녹내장’이다. 시신경이 약해지는 원인은 노화, 선천적인 요인, 근시, 가족력 등이 있다. 안압이 정상범위라 하더라도 시신경이 약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안압을 더 낮추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다행히 정상안압녹내장은 너무 늦지 않게 진단받거나 진단 후에 치료를 소홀히 하지만 않는다면 실명까지 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문제는 안압이 정상보다 훨씬 높은 범위로 올라가는 폐쇄각녹내장, 거짓비늘녹내장, 신생혈관녹내장, 포도막염녹내장 등의 녹내장이다. 이런 형태의 녹내장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몇 주 만에 실명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녹내장을 진단받게 되면 먼저 녹내장의 종류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만약 녹내장의 종류가 순한 형태라면 너무 서두르거나 걱정하기보다는 차분하게 멀리 내다보는 여유가 필요하다. 반면 독한 형태의 녹내장이라면 즉시 안압 조절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우선 안압을 조절하는 약물치료에 집중해보고 그래도 해결이 되지 않으면 안압을 낮춰주는 녹내장 수술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녹내장 진단을 무조건 실명으로 받아들이고 막연히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반대로 녹내장을 가볍게 여겨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일도 없어야 할 것이다. 녹내장의 유무, 종류, 정도, 악화 가능성 등을 정확히 판단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환자들이 제대로 수련받은 안과 전문의와 함께 현명한 길을 잘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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