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통령 첫 모친상...장사ㆍ연탄배달로 문 대통령 뒷바라지

입력 2019-10-2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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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ㆍ이명박 전 대통령, 각각 재임 중 부인ㆍ큰누님상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인 강한옥 여사가 29일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 딸 결혼식을 앞두고 강 여사가 문 대통령, 김정숙 여사와 함께 기념촬영을 한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인 강한옥(92) 여사의 별세는 현직 대통령이 재임 중 모친상을 치르는 첫 사례다.

문 대통령은 29일 별세한 강 여사를 비롯해 부모와 관련한 이야기를 저서 '운명'에 자세히 서술했다.

문 대통령의 부모는 모두 함경남도 흥남 출신의 실향민이다. 부친인 고(故) 문용형 씨는 일본 강점기에 함흥 농고를 나와 흥남시청에서 농업 계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씨와 강 여사는 1950년 흥남철수 때 피란민을 구출한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타고 내려와 경남 거제에 정착한 지 2년 만에 문 대통령이 태어났다.

문 대통령은 저서에 공수부대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고향에 돌아와 부산 해운업계에 있는 선배들의 권유를 받아 취업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아버지의 임종을 맞이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아버지는 1978년 별세했다.

문 대통령은 저서에 "아버지는 내가 대학에서 (유신 반대 학생운동을 해) 제적당하고 구속됐다가 출소 후 군대에 갔다 왔는데도 복학이 안 되던 낭인 시절, 내가 제일 어려웠던 때 돌아가셨다"고 적었다.

이어 "아버지가 삶에 너무 지쳐서 생명이 시나브로 꺼져간 것 같이 느껴졌다"면서 "그렇게 생각하니 내게 기대를 걸었던 아버지에게 잘 되는 모습이나 희망을 보여드리지 못한 것이 너무나 죄송스러웠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아버지를 위해 늦게나마 그냥 취업하는 정도가 아닌 잘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 사법시험을 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하던 장사가 잘 풀리지 않아 문 대통령이 어렸을 때부터 집안 생계는 강 여사가 책임진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저서에서 강 여사가 생계를 위해 시장 좌판에 옷을 놓고 팔거나 연탄배달을 했다고 밝혔다.

2012년 초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문 대통령은 중학교 1학년 학생일 때 어머니가 자신을 데리고 기차 암표 장사를 하러 나갔다가 끝내 팔지 못하고 그냥 돌아온 이야기를 전한 바 있다.

강 여사는 2004년 문 대통령이 청와대 사회문화수석으로 재직 중이던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당시 북한에 있던 동생 병옥 씨를 만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추석 특별기획 방송에 출연해 "제가 아마 평생 어머니에게 제일 효도했던 것이 이때 어머니를 모시고 갔던 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직 대통령이 재임 기간에 부인이나 직계 가족이 상을 치른 사례는 매우 드물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인 육영수 여사는 1974년 8월 15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북한 공작원 문세광이 쏜 총탄에 맞고 별세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0년 2월 평소 어머니처럼 생각하며 모시던 큰 누님 귀선 씨를 여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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