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기자가 간다] "소주 한 병 8000원" 이태원 핼러윈 축제…바가지에 불법영업, 여성 성적 대상화까지

입력 2019-10-28 17:17수정 2019-10-28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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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축제 기간 이태원에는 발 디딜 틈 없이 사람이 많았다. (출처=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미국 전역에서 매년 10월 31일 유령이나 괴물 분장을 하고 즐기는 축제인 '핼러윈'이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보편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이태원에는 이미 25일과 26일 핼러윈 파티가 열렸다.

수많은 사람이 이태원 거리거리에서 각종 유령이나 괴물 분장을 한 채 핼러윈을 즐겼다. 처음 본 사람들끼리도 서로의 분장을 바라보며 함께 사진을 찍고 노래하고 춤을 추며 핼러윈 파티를 즐겼다.

이처럼 흥겨운 시간을 보내는 날이지만 눈살 찌푸리는 일도 많았다. 바가지요금에 성적 대상화, 택시 승차거부 등의 문제는 여전했다.

▲기자가 찾은 날 업소들은 소주 한 병을 8000원에 팔았다. 놀라긴 이르다. 안주와 소주 3병, 생수 2병을 묶은 핼로윈 세트의 가격은 무려 6만9000원이었다. (홍인석 기자 mystic@)

◇소주 가격 8000원…“클럽 입장료는 1만 원입니다”

25일과 26일 이태원의 물가는 일제히 올랐다. 소주 가격은 8000원까지 치솟았다. 일부 술집에서는 평소에 없던 메뉴판까지 만들어 술과 안주를 팔았다. 소주 세트, 맥주 세트, 양주 세트 등을 만들어 원래 가격보다 2배 이상을 받았다. '바가지요금'을 씌운 것이다.

입장료를 받지 않던 클럽도 이날은 달랐다. 이태원은 주말이라도 입장료 없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 많다. 하지만 핼러윈 축제가 진행되는 동안 모두 1만~2만 원의 입장료를 받았다. 어떤 곳은 ‘프리드링크 쿠폰’를 제시하며 입장객의 불만을 달랬다. 한 잔당 4000원에 파는 테킬라를 무료로 먹을 수 있는 쿠폰이었다.

2주 전 이태원을 찾았다는 최서형(29·가명) 씨는 “클럽 입장료 1만 원까지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부 술집에서 5000원짜리 소주를 8000원에 파는 것은 너무했다”라고 말했다. 최 씨는 “각오를 하고 나오긴 했지만 이러면 기분 좋게 돈 쓸 수 있겠냐”며 “메뉴판까지 새로 만들어 세트를 주문해야 한다는 식으로 영업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토로했다.

용산구청 보건위생과 관계자는 “술집에서 술 판매 가격 기준이 따로 없다. 평소보다 가격을 크게 올린다고 해서 제재하기는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사전에 가격정보를 미리 제공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이태원 한 술집 남자 화장실에 붙어있는 '헌팅 잘되는 법'의 일부.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가 노골적이다. (홍인석 기자 mystic@)

◇“편식하지 마라. 불 끄면 다 똑같다"…여성 성적 대상화 기승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도 기승을 부렸다. ‘헌팅술집’이라고 불리는 감성주점이 주범이다. 남자 화장실에 부착된 ‘헌팅 잘되는 방법’에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이 있었다. '편식하지 마라. 불 끄면 다 똑같다'가 바로 그것. 여성을 남성의 성 욕구 해소 대상으로 바라봤다. 술집 관계자들은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다.

윤지영 건국대학교 부설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이는 매우 직접적인 언어 성폭력”이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불 끄기 전에는 외모 등으로 등급을 나눌 수 있지만 불 끄면 여성이 삽입의 대상, 욕망을 해소하는 대상으로 보는 것”이라며 “술을 소비하는 사람 중에 남성이 많아 남성 친화적 욕구가 자리 잡은 결과”라고 비판했다.

▲'관찰구청 임대지역'이라고 붙여 놓고, 시민의 공간을 사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모습. 하지만, 관할구청은 업소의 무단 점유를 모르고 있었다. (홍인석 기자 mystic@)

◇인도는 우리의 무대? 무단 점유는 '불법'

얼굴 분장을 해준다며 인도를 점유한 사람들도 있었다. 인도에 탁자와 상을 깔고 손님을 받는 이들. 분장을 해주는 댓가로 3000~7500원을 받았다. 젊은이들의 용돈벌이라고는 하지만, 이는 도로법 위반이다.

일부 시민은 한술 더 떴다. ‘관할구청 임대지역’이라는 푯말까지 붙여놓으면서 자리를 차지해 손님을 유치했다. 하지만 구청에 문의해본 결과 “처음 듣는 일”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용산구청 건설관리과 관계자는 “인도 통행에 방해가 되면 이는 도로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그날도 인도를 과도하게 점유한 사람들을 안으로 밀어 넣어 통행로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사전에 협조를 요청하면 검토해보지만, 협의된 것이 없었다. ‘관할구청 임대지역’이라고 전화번호를 써서 붙여놓은 사안도 알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업계와 서울시가 승차거부를 잡겠다고 나섰지만, 이태원은 여전히 택시 잡기가 힘들었다. (뉴시스)

◇택시 승차거부도 여전…“첫차 기다리는 게 더 빠를지도”

지하철이 끊긴 새벽 시간. 술을 마신 이들이 삼삼오오 집으로 돌아가는 길도 험난했다. 택시 승차거부가 여전했기 때문이다.

타다 등 모빌리티 플랫폼의 등장으로 위기감을 느낀 택시업계는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내놓고 승차거부를 없애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이날 이태원에서는 그 노력이 무색했다. 수많은 택시가 '예약'이라는 문구를 띄워놓고 손님을 가려 받고 있었다. 예약이 잡히지 않았지만, 손님의 목적지를 듣고 승차 여부를 결정했다.

새벽 4시께 택시를 기다리던 이나리(24) 씨는 "간단하게 요기를 하면서 첫차를 기다리는 게 빠를지도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반포에 산다는 이 씨는 택시로 약 16분 거리라 택시기사로선 돈이 얼마 되지 않은 셈. 이 때문에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도 묵묵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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