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계 경제 후퇴 경고, 더 심각한 한국 성장 추락

입력 2019-10-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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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신임 총재와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WB) 총재가 동시에 세계 경기둔화를 경고하고 나섰다. 미국 워싱턴에서 14~20일(현지시간) 열리는 IMF·WB 연차총회를 앞두고서다. 이들은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도 예고했다.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올해 전 세계의 90%가 성장 둔화를 경험할 것이라며, 2010년 이후 성장률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맬패스 WB 총재도 6월 내놓았던 올해 세계 성장 전망치 2.6%가 더 낮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와 세계 교역 위축,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및 유럽 경기침체 등이 성장 둔화 요인으로 꼽혔다. IMF는 무역전쟁으로 내년까지 누적 손실이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0.8%에 이르는 7000억 달러의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 미국과 중국은 다시 고위급 협상에 나섰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어두운 전망이 잇따른다.

한국의 경기 후퇴는 더 심각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일 발표한 ‘경제동향 10월호’에서 “소비가 다소 늘었지만, 제조업 생산과 수출 감소, 투자 위축으로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4월 이후 7개월 연속 ‘부진’하다는 진단으로, 장기 침체 국면이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이 전망한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도 1%대로 추락했다.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한 바클레이즈, BoA-메릴린치, 골드만삭스, JP모건, 노무라 등 9개 주요 IB의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9%였다. 5월 말 2.3%에서, 6월 2.2%, 7월 2.1%, 8월 2.0%로 계속 떨어졌다. 특히 정부와 연례 정책협의를 하는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경우 1.8%까지 낮췄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독일과 네덜란드, 한국을 지목해 이들이 재정 여력을 활용한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과 세제의 성장지향적 개선, 연구개발(R&D) 및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정부지출 확대가 수요와 성장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중앙은행의 추가적인 통화 완화는 지금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라앉는 경기를 진작하기 위해 과감한 재정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전제는 생산 유발과 투자 증대를 자극함으로써 성장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R&D와 인프라 등의 분야에 집중 투입돼야 한다는 점이다. 재정을 마중물로 기업 활력을 살려야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다. 재정에 더해, 기업 투자를 끌어내는 방향으로 규제 혁파 등 정책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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