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둘로 갈라진’ 집회…광화문 “조국 퇴진” vs 여의도 “조국 수호”

입력 2019-10-0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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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열린 야당 규탄 조국수호를 위한 '우리가 조국이다' 시민참여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글날인 9일은 지난 3일 개천절에 이어 보수 진영의 '조국 퇴진'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이와 함께 여의도에서는 진보 진영의 '조국 수호' 맞불 집회가 열려 둘로 갈라진 '광장 정치'가 연출됐다.

보수 진영은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의 주도로 '대한민국바로세우기 2차 국민대회'를 열어 문재인 정부를 규탄했다. 이날 집회로 광화문광장에서 시청역 앞까지 1.4㎞ 구간의 도로가 전면 통제됐다.

주최 측은 이날 참가 인원이 500만 명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범국민투쟁본부 총괄대표인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은 "오늘 500만 명 넘어섰고, 1000만 명이 더 모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 3일 개천절 집회 때는 광화문 광장에서 남대문 앞까지 2㎞ 구간이 통제됐었고, 당시 주최 측은 300만 명 참석을 추산했다. 이번 집회는 앞선 집회와 비교할 때 시청 앞 서울 광장은 빈 공간을 보이기도 했다.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는 집회에 시민 자격으로 참석, '범죄자 조국 구속', '조국 구속하라'고 적힌 소형 피켓과 태극기를 들고 구호를 함께 외쳤다.

황 대표는 집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분노가 문재인 정권을 향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분노를 가볍게 생각하면 망국에 이르게 될 것이다. 국민 목소리를 들으라”고 경고했다.

나 원내대표도 “지난 광화문 집회에 이어 국민 마음이 그대로 드러났다”며 “분노가 임계점에 달했고, 이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할 시간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론을 이렇게 분열시키고 국민 마음을 거스르는 모습은 국민에게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연단 위에서의 공개 연설을 하지 않은 채 집회가 끝나자마자 현장을 떠났다.

집회 참가자들은 대부분 선캡을 쓰고 태극기 깃발을 손에 쥐고 있었다. 김문희(72) 씨는 "조 장관의 언행 불일치에 화가 나서 광화문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며 "문 대통령이 조 장관의 가족 특혜에 눈 감고 있다. 이런 사실에 어떻게 우리나라를 지킬 수 있겠냐"며 말했다.

최동재(65) 씨는 "문재인이 문제다. 개천절에도 참석했고, 오늘도 집회에 나왔다"며 "문재인 정책으로 경제가 망하고 있는데 이 나라를 사회주의자에게 맡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경제가 어려운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나 같은 자영업자는 이 정권에서 먹고 살기 너무 힘들다"고 덧붙였다.

집회 참가자는 노인층이 대부분이었지만, 젊은이들도 집회에 합세했다. '서울대 집회 추진위원회' 학생과 졸업생 60여 명도 참석했다. 추진위는 이달 3일에 이어 두 번째로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다. 이들은 조 장관 자녀가 서울대에서 인턴예정 증명서를 받은 것을 비꼬며 '인턴십 활동 예정 증명서' 1000부를 배부하는 퍼포먼스도 벌였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자녀가 전례 없는 ‘예정’ 증명서를 받았다는 사실을 풍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우리공화당도 광화문에서 조 장관 구속과 문재인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특별 기자회견을 열었다. 우리공화당은 “조 장관 동생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불의와 불법이 법원을 점령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선 조 장관을 지지하는 맞불 집회가 열렸다. 온라인커뮤니티의 정치 유머 게시판 이용자들인 ‘북유게사람들’이 ‘우리가 조국이다’ 시민참여문화제를 열었다. 이들은 ‘윤석열 파면’ ‘공수처 설치’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주최 측은 3000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주최자 이태우씨는 “국회를 심판하고 검찰을 개혁하자”며 “검찰을 개혁하지 않으면 국회를 심판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자”고 말했다. 조 장관이 ‘홀로 아리랑’을 부르는 영상이 상영되기도 했다.

집회에 참석한 이소은(42) 씨는 "보수가 광화문에서 집회하는 것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검찰 개혁이 필요한 시점에서 조 장관을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명근(34) 씨는 "보수나 진보 색깔을 가진 사람은 아니지만 광화문 집회를 보면서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동안의 행태로 볼 때 사법부 개혁이 필요한 것은 맞지 않느냐. 조국을 지지한다기 보다는 검찰 개혁을 위해 (여의도) 집회에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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