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셋’ 분양가 상한제…“집값 안정엔 역부족”

입력 2019-10-01 18:12수정 2019-10-0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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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과열에 6개월 유예 ‘근시안적 처방’… 재건축 단지들 규제 피하려 선분양 가능성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강화 시행 방침에서 결국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최근 서울 강남에서 3.3㎡당 1억 원에 실거래되는 아파트가 나오고, 청약경쟁률이 수천대 1를 기록할 만큼 분양시장이 과열된 데다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가라앉지 않은 것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는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 브리핑을 열고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령 개정안 보완 등을 포함한 부동산 추가 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오후에 열린 합동 브리핑은 당일 오전에 공지되는 등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정부 3개 부처 ‘기습’ 합동 브리핑…관리처분 재건축 단지에 상한제 유예기간 적용

이날 대책의 주요 내용은 분양가 상한제 보완과 추가 금융 규제다. 정부는 이날 발표를 통해 주택법 시행령 시행 전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았거나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하고, 시행령 시행 후 6개월까지 입주자모집공고를 신청하면 상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또한 적용 지역도 시·군·구 단위가 아니라 동별로 핀셋 지정하겠다는 방침을 새로 제시했다.

결국 이달에 분양가 상한제 내용을 담은 주택법 시행령을 공포하더라도 실제로 주택시장에 적용하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달에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겠다는 국토부의 의지가 한풀 꺾인 셈이다.

이는 분양가 상한제를 관리처분계획 인가까지 받은 재개발·재건축 단지에도 소급적용하겠다는 당초 방침에 대해 반발이 심한 부분을 고려한 것으로 비친다. 지난달 초에는 분양가 상한제 소급적용을 반대하는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1만여 명이 대규모 집회를 열기도 했다.

정부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적용 대상도 확대하기로 했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개인사업자의 주택담보대출 LTV 규제를 확대해 주택매매업자에 대해서도 LTV 40%를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주택임대업·주택매매업 법인에 대해서도 LTV 40%규제를 적용하고, 규제지역에 있는 주택 신탁과 관련한 수익권증서 담보대출 역시 LTV를 도입하기로 했다. 아울러 시세 9억 원을 넘는 고가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에 대해서는 전세대출 공적보증 제한하기로 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이번 발표는 전반적인 제도 손질이 아니라 다툼이 심해진 재개발·재건축 단지의 불만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로 밖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

◇“재건축 단지 반발 잠재우려는 임시방편…공급 쏠림 오히려 우려”

▲김용범(가운데) 기획재정부 1차관과 박선호(오른쪽) 국토부 1차관,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이 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최근 부동산시장 점검 결과 및 대응 방안'을 공동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번 부동산 보완 대책을 두고 근본적인 대책보다는 임시방편 성격이 짙다고 평가했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재개발·재건축 단지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청약시장을 포함한 주택 매매시장이 과열된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대책은 서울 강남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에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 만에 집값이 두 배 오른 것이 부담된 것 같다”며 “단기적 집값 안정 처방일 뿐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이번 대책은 집값 안정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 의지 표명과 저금리를 이용한 투기수요에 대한 경고성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재개발·재건축 단지의 분양가 상한제 유예책 여파로 분양 물량이 늘어 당분간 공급 축소 우려는 사그라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있다. 오히려 일정 기간에 공급 물량이 쏟아지는 ‘공급 쏠림 현상’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미 관리처분을 받아 분양을 앞두고 있는 재건축 단지들이 서둘러 일반분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분양가 규제를 피해 후분양을 하기에는 시기적으로 촉박해 대부분 선분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덕례 실장은 “주택법 시행령 시행 전까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단지도 분양가 상한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관리처분 예정 재건축·재개발 단지들도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며 “오는 11·12월은 분양 비수기인데 올 연말은 분양 물량이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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