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금] 트럼프가 초래한 동시다발적인 세계경제위기

입력 2019-10-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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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미중 무역전쟁이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면서 촉발된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는, 전 세계에 걸쳐 트럼프 흉내를 내는 포퓰리스트들이 늘어나면서 동시다발적인 위험으로 확산하고 있다. 당장 미국 및 세계 주요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급속히 위축되면서, 수요충격(demand shock)에 의해 초래된 2008년 세계 경제위기와 달리 이번에는 공급충격(supply shock)에 의한 위기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더해서, 트럼프 따라하기에 나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노딜브렉시트 전략은 영국 경제의 파국은 물론, 그에 따른 유럽 경제위기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반복적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아르헨티나에서는 다시금 트럼프 같은 포퓰리스트가 집권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아르헨티나뿐만 아니라 개도국으로의 위기 확산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트럼프 흉내를 내면서 시작한 대(對)한국 수출규제는, 트럼프가 초래한 글로벌 밸류체인 붕괴를 더욱 가속화하면서 세계경제의 불안요인을 보태고 있다.

이렇게 동시다발적인 위기 요인들이 확산하는 가장 큰 이유는 트럼프의 보호주의 포퓰리즘 전략이 미국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제2의 트럼프를 꿈꾸는 세계 각국의 포퓰리즘 정치인들의 트럼프 따라하기 전략이 확산하고 있다. 트럼프가 수입관세를 부과하고 멕시코와의 국경장벽을 높여서 미국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되찾고 소득도 높여주겠다는 터무니없는 공약으로 몰표를 받았다는 사실은, 지난 50년간의 세계화 과정에서 실질소득이 감소하면서 누적된 사회적 분노와 적개심이 이들 유권자들의 합리적 분별력을 상실하게 한 결과라는 것이 미국 내 정치학자들의 분석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세계화 과정의 승자독식 체제로 인해 전 세계에 걸쳐 심화된 빈부격차와 양극화로 누적된 사회적 분노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기회주의적 정치인들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질서를 유지해온 브레턴우즈체제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한국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도, 아베의 트럼프 흉내내기라는 것이 일본 내 중론이다. 잃어버린 20년, 실은 30년에 걸친 일본 경제의 침체와 빈부격차 심화로 일본 역사 초유의 민족적 좌절감을 겪은 결과가 최근 극우세력의 창궐이라는 것이, 역시 일본 사회학자들의 스스로의 진단이다. 즉 1990년대 소비세 인상으로 촉발된 수요 위축에서 시작된 일본의 경기침체 악순환 과정에서 정부의 반복적 거시정책 실패의 결과, 그 집단적 좌절감이 초식남(연애와 결혼을 포기한 청년들)과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등의 사회문제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엔 과거 대동아전쟁기 일본의 영도적 역할을 회복하겠다는, 아베를 필두로 한 극우파의 정치적 공약들이 전에 없던 정치적 지지를 얻고 있고,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또한 일본 유권자들이 높은 지지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 영국, 아르헨티나를 거쳐 일본에까지 상륙한 포퓰리즘 정책은 결국 승자독식의, 지속가능성 없는 무역정책과 경제정책의 결과이다. 즉 지금 세계경제를 불확실성의 극단으로 몰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은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경쟁에 의한 불가피한 갈등구조라기보다는, 미국과 중국 및 세계 전역에서 방치된 승자독식의 무역 및 경제체제를 방조한 결과이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역시 자국 내에서 심화되고 있는 빈부격차와 사회적 갈등 및 좌절감의 외부적 발산이다.

이러한 배경들을 고려하면, 지금의 세계 경제위기에 대한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지금까지 미국 및 영국 등 주요국에서 자유무역에 대한 적개심을 쌓을 수밖에 없었던 세계화의 피해자들, 즉 비교열위 산업에 고용된 노동자들이 비교우위 산업에 재고용될 수 있도록 직업 재교육을 하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는 포용적 경제정책을 편다면, 자유무역을 통한 세계화는 다시금 인류 발전의 동력으로 환영받을 것이다.

문제는 자유무역을 통한 세계화의 이익을 독식해왔던 승자들이 포용적 통상 및 경제정책을 위한 비용 부담에 동참할 필요성을 깨달을 정도의 안목과 통찰력을 가질 수 있는가이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결정에 대해 일본의 아베에게 사과하라고 주장하는 한국 내 극우 기득권 세력이 한국 경제와 산업경쟁력의 걸림돌인 것처럼, 지금 세계 경제위기의 주범은 트럼프와 트럼프를 흉내내는 아베와 같은 선동주의 정치가와 함께, 이들의 버팀목이 되어 포용적 통상정책과 경제정책을 거부하는 우매하고도 이기적인 유권자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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