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찬국의 세계경제] 느는 의료비 지출과 일하는 노인들

입력 2019-09-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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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충남대 무역학과 교수

‘먹고 살려는’ 것이 대부분 경제 활동의 동인(動因)이다. 9월 15일자 본 칼럼은 투자, 수출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 반 사이 소비가 늘었던 것을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먹고 사는’ 행동의 양태(樣態)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소비이다. 본고는 소비의 내용과 고용 사정의 특이점을 연결하여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가계 지출의 합으로 계산되는 전체 소비를 항목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목적별로 본 최종 소비지출은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식생활 관련 지출), 임료(賃料) 및 수도 광열(전·월세·수도·관리비 등), 가계시설 및 운영(가구·가전 등), 의료 보건(병원비 등) 등 4개의 필수 항목을 포함하여 12개 항목으로 나눈다. 한국은행의 2018년(연간 실질금액) 통계자료를 이용하여 이 항목별 지출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임료(18%), 교통(11%), 식료품(11%), 음식·숙박(10%)의 순서이다. 이들 상위 항목들의 비중은 10년간 거의 변동이 없었다.

그런데 그동안 달라진 인구 구성을 반영하는 추세 변화도 보인다. 교육비 비중이 지속적으로 낮아진 반면 오락·문화와 의료보건은 높아지고 있다. 교육과 오락 분야 지출의 비중은 2009년 모두 7%대였는데 2018년에는 각각 5.6%, 9.6%로 변했다. 교육의 경우 유아·청소년 인구의 감소, 오락의 경우 성인 인구의 증가와 소득 증가에 따른 현상으로 보인다. 두 기준 연도 사이에 3.9%에서 5.2%로 증가한 의료 분야 지출의 경우가 특히 괄목할 만하다. 지난주 통계청이 발표한 고령층(65세 이상) 통계에서도 노령층의 의료비 지출 금액과 증가세가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현 정부 재임 기간, 지난 10분기 중 소비가 늘었던 요인이 무엇일까? 최근 10분기 사이 항목별 증감액을 비교해 보면 음식숙박이 2조6000억 원으로 제일 크고, 이어서 의료, 교통, 오락문화 세 분야 지출이 각각 약 2조 원 가까이 늘었다. 이들 중 의료 분야 지출 증가가 제일 크고, 규모가 다른 두 항목과 달리 이전 기간에 비해 계속 커지고 있다.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지출이 계속 빠르게 늘어날 것임을 짐작케 해준다. 여기에 더해 올 2분기 해외소비지출이 2017년 1분기에 비해 6600억 원이 줄어든 것도 국내소비지출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소비 양태를 최근 고용의 특징과 연관해서 생각해본다. 연령별 현황을 보면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가 대세이다. 2011년 1분기 이후 10분기 단위로 추세를 보면 2015년 이전에는 50대, 60대 취업자가 비슷하게 40만 명쯤 늘다가 그 이후 기간에는 60대 취업자 증가가 훨씬 커지며 압도적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에서 초단기 공공 일자리 사업을 늘리며 나타난 단기적 현상이며 질이 낮은 고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 지적에도 문제가 있다. 50~60대 고용 증가 추세는 현 정부 이전부터 이미 뚜렷해진 추세였기 때문이다.

장년층의 고용이 느는 데는 공공일자리와 같은 수요 측면뿐만 아니라 공급 측면의 요인도 중요하다. 의료비 지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과 관련이 커 보인다. 즉 늘어나는 의료비 부담을 감당해야 하는 장년·노년층이 노동시장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일할 기회를 찾고 있을 개연성이 크다. 장년층이 적극적으로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다는 증거는 60대 이상의 실업률이 취업률과 함께 늘고 있는 것에서 볼 수 있다.

제조업 고용 감소와 함께 근래 산업별 고용 추세의 특징은 최근 10분기 사이 음식·숙박업 분야의 취업자가 2%가량 감소한 것이다. 그런데 앞서 언급하였듯이 가계의 음식·숙박 분야의 지출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그러니 업황이 특별히 부진하다고 할 수 없다. 최저임금 증가로 수익 마진이 빠듯했던 업소들이 감당할 수 없는 인건비 충격을 못 이겨 폐업하며 나타난 현상으로 의심된다. 이런 상황이 제조업 부진과 함께 40대의 취업률을 낮추는 요인인 것으로 보인다.

크게 보아 경제활동 전성기의 40대 취업률 감소를 막아야 한다. 60대 이상 인력에 대해서는 두 가지가 과제다. 노동 의욕과 능력이 있는 이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과,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 어쩔 수 없어서 일하는 이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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