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칼럼] 고용증가의 허와 실

입력 2019-09-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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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고용이 크게 증가하면서 올해 연간 고용 증가 규모가 20만 명을 넘을 전망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 통계에 따르면 8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45만2000명 늘어 2017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를 기록했다. 실업률도 4.0%에서 3.0%로 8월 기준으로 역대 최저치다. 1~8월의 평균 취업자 증가는 24만9000명에 이른다. 이러한 추세를 계속하면 올해 취업자 증가가 당초 예상이었던 15만 명을 넘어 20만 명 이상을 기록하는 것이 확실시된다. 그렇다면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성공해 경제가 살아나는 것인가? 고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 당연히 국민소득이 증가한다. 국민소득이 증가하면 소비와 투자가 늘어 경제성장률이 높아진다.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면 다시 취업자가 증가해 경제회생과 고용창출의 선순환이 나타난다.

이렇게 볼 때 정부가 재정지출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소비를 늘려 경제를 살린다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8월의 고용 증가를 두고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확대와 제조업 구조조정 등 어려운 여건 속에 정부의 적극적 일자리와 재정정책이 만들어낸 소중한 성과라고 했다. 그러나 고용 증가의 내용을 보면 실상은 다르다. 우선 8월의 고용 증가는 기저효과가 크다. 지난해 8월 고용 증가는 전년 대비 3000명에 불과했다. 사실상 고용동결이었다. 이런 상태에서 45만2000명의 고용 증가는 2년간 평균으로 볼 때 예년 수준 이하다. 무엇보다도 고용 증가가 월평균 소득이 30만 원 미만인 고령자들의 단기 임시 일자리에 집중했다. 8월 고용 증가 중 60세 이상의 고용이 39만1000명으로 전체 증가의 86%나 차지한다. 경제의 중심축인 30대와 40대의 일자리는 지난달 각각 9000명과 12만7000명이 줄었다. 23개월째 동반 하락해 역대 최장기간을 기록했다.

더욱 큰 문제는 고용 증가가 정부지출을 통한 복지정책의 성격을 띤다는 것이다. 따라서 생산성 증가나 성장동력 회복과 관련도가 낮다. 국내총생산의 30% 수준을 차지하는 제조업 일자리가 8월 2만4000개 줄었다. 또 투자와 위험관리에 필요한 금융과 보험부문 일자리는 지난달 4만5000개 줄었다. 사실상 경제발전에 필요한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다는 뜻이다. OECD는 지난 7월 우리 경제의 경기선행지수를 98.79로 발표했다. 26개월 연속 하락이다. 100 이하이면 6~9개월 후 경기하강을 의미한다. 현 추세로 나갈 경우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2% 달성도 어렵다. 성장률이 떨어지면 경제가 고용창출능력을 잃어 실업난이 구조화한다.

정부는 내년에도 재정지출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에 주력할 예정이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일자리 사업예산이 전년 대비 4조5000억 원 늘어난 25조8000억 원에 달한다. 전체 정부예산의 5%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내년에 정부예산에 의해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올해 64만 개에서 74만 개로 늘어난다. 여기에 실업자 소득지원 예산이 올해 대비 30% 증가해 10조 원이 넘고 고용장려금도 11% 증가한 6조8000억 원에 이른다. 정부예산으로 일자리를 직접 만들고 실업자 지원도 대폭 늘려 고용문제를 해결한다는 뜻이다.

정부의 일자리 만들기는 지속가능성이 낮다. 계속 예산을 늘려 고용문제를 해결하면 재정 적자가 쌓여 정부의 부도위험이 높아진다. 더욱이 정부의 고용정책은 시장의 고용창출 기능을 떨어뜨린다. 상황이 악화할 경우 정부는 정책 기능을 잃고 경제는 성장동력과 고용창출 능력을 잃어 경제와 정부가 함께 부실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의 분석에 따르면 민간투자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2017년 2.8%포인트에서 2018년 -0.8%포인트로 급격히 떨어진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 -2.2%포인트까지 하락했다. 민간부문이 경제성장 기여도가 급격히 감소해 정부부문을 안고 쓰러지는 위험한 구조로 바뀌고 있다. 경제는 근본적으로 시장이 살리는 것이다. 정부는 경제정책의 초점을 기업 창업과 투자 활성화에 맞춰야 한다. 이에 따라 고용정책의 기본기조를 정부의 인위적 고용창출에서 시장의 자율적 고용창출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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