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만 원짜리 ‘갤럭시노트10’, 시중에 30만 원에 풀린 이유는?

입력 2019-09-26 17:27수정 2019-09-2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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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갤럭시노트 10. (뉴시스)

“따라오세요. 일단 들어가서 얘기합니다. 다른 말은 절대 하지 마시고요.”

25일 오후 서울 신도림역 인근. 스마트폰 판매업자가 기자를 만나자마자 한 말이다. 만나기 전에도 판매업자는 신도림역으로 와서 전화하라고 했을 뿐, 어떠한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도착지인 오피스텔 사무실에서도 판매업자는 가격이나 불법 보조금 액수 같은 정보를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녹취를 막기 위해 판매 가격은 탁상용 계산기에 숫자를 찍어 기자에게 보여줬다.

휴대전화 불법 보조금 지급이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부는 2014년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이른바 ‘단통법’을 시행했다. 물론, 불법 보조금 배포가 근절되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5G 단말기가 속속 출시되면서 불법 보조금 지급이 더욱 은밀한 형태로 크게 확산되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최신 모델인 '갤럭시노트 10'은 제값을 주고 사면 바보라는 말이 일각에서 나올 정도다. 현재 이 제품은 다양한 판매 방식을 통해 30만 원대에 소비자에게 팔리고 있다.

심지어 일부 판매업자는 10만 원대에 갤럭시노트 10을 팔고 있다. 이처럼 시장이 혼탁해지자, 이달 초 방송통신위원회는 '불법 보조금에 대한 사실 조사’에 착수했지만, 업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불법 보조금을 살포하며 장사에 열을 올리는 실정이다.

25일 기준으로 갤럭시노트 10에 실리는 불법 보조금은 60만 원 정도다. 이동통신사 3사(SKTㆍKTㆍLG유플러스)에서 10만 원에 가까운 고가 요금제를 쓰면 받게 되는 공시지원금은 42만~45만 원 사이. 여기에 업자들은 60만 원가량의 불법 보조금을 얹어 총 100만 원가량 싸게 판다.

▲한 온라인 카페에 게시된 휴대전화 가격표. 현금으로 얼마를 내면 구매할 수 있는지 정리해 놓았다. (출처=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사실 통신업계에서는 통신 규격의 전환 시점이 '대목'이다. 2G에서 3G, 3G에서 4세대 LTE로 교체되는 시점은 통상 휴대전화 단말기의 수요가 크게 일어난다. 올해는 본격적인 5G로의 교체가 일어나고 있는 시점이다. 최근 불법 보조금 살포가 증가한 것은 5G 호재를 이용해 단말기 수요를 크게 일으키려는 유통 업자들의 셈법으로 해석된다.

과거에도 은밀했지만, 최근의 불법 보조금 판매 방식은 더욱 치밀하고 정교해졌다. 최근에는 인터넷에서 가격정보를 확인하고 싸게 팔겠다는 업체와 연락해 예약하고, 은밀하게 만나 1대 1거래를 하는 게 추세다.

얼마 전만 해도 공구 커뮤니티나 가격정보 커뮤니티에서 판매 업자들이 글을 올리고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방법이 주를 이뤘으나, 이제는 소규모 카페나 밴드로 판매 채널은 더 숨어들었다.

우선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SNS, 인터넷 카페를 홍보하고 ‘예약’을 한다. 만나서도 구체적인 액수를 말하면 “거래할 수 없다”라며 쫓겨나기 일쑤다. 이는 '폰파라치'를 막기 위함이다.

불법 보조금 등 이동통신 불공정행위 신고포상제, 이른 바 폰파라치는 불법적인 거래 행위를 녹취해 증거를 확보하고 포상금을 받는다. 이 때문에 불법 보조금 판매업자들은 녹취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불법보조금 지급은 최근 거칠게 없는 모습이었다. (홍인석 기자 mystic@)

그렇다면 오프라인은 어떨까. 휴대전화 판매점이 많은 신도림 테크노마트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과거 불법 보조금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 주저했던 오프라인 매장들도 최근의 분위기를 타고 상당히 대담해진 모습이었다.

이들은 불법 보조금으로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분주히 계산기를 두드렸다. 불법 보조금의 액수도 비슷했다. 한 판매업자는 “갤럭시노트 10은 거의 이 가격일 것”이라며 “조건과 가격이 조금 다를 수는 있어도 이 사람들이 줄 수 있는 금액 차이가 크지 않다”라고 구매를 재촉했다.

실구매가를 떨어뜨리는 불법 보조금은 사실 업자들에게서 나오는 돈이다. 업자들은 휴대전화를 팔면 통신사로부터 돈을 받는다. 업자는 이 돈의 일부를 신규 고객에게 주면서 단말기를 싸게 판매한다. 특히 일부 판매업자들은 2년 약정 후 단말기 반환 조건으로 가격을 더 낮추기도 한다. 그러나 상당수가 이를 정확히 공지하지 않아 분쟁의 소지가 되기도 한다.

2년 동안 핸드폰 대리점에서 일했다는 최 모(30) 씨는 “최신 휴대전화 한 대 팔면 적게는 40만 원, 많게는 80만 원을 받는다”라며 “이 돈의 일부를 고객에게 줘서 구매 가격을 낮춰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씨는 이어 “카드결합, 고가 요금제에 가입하면 추가로 떨어지는 돈이 있어 업자들이 이를 권유하는 것”이라며 “조건들이나 내용이 다양하고 자주 변해 일괄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라고 말했다. 결국 수익을 소비자에게 내주고 '박리다매'식으로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이처럼 단통법 이후에도 불법 보조금이 횡행하다보니 '단통법 무용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여전히 같은 통신사ㆍ단말기를 다른 가격으로 사는 것이 현실이고, 보조금 상한액 때문에 단통법 이전에 받았던 지원금보다 더 적은 지원금을 받고 있다는 게 근거다.

폰파라치에게 지급된 포상금만 해도 300억 원이 넘을 정도다. 26일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제도가 시행된 2013년부터 올해 8월까지 폰파라치 포상 건수는 2만6835건, 포상금액은 약 303억 원이었다. 1건당 평균 포상 금액은 약 113만 원.

이 때문에 소비자의 상당수는 포상금 명목으로 수백억 원의 세금을 사용하면서까지 왜 단통법을 유지해야 하는 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날 만난 염희진(32) 씨는 "소비자 입장에서 단통법 전과 후의 차이를 잘 모르겠다"라며 "불법 보조금을 받으려고 공부도 많이 했다. 나이 많은 어른들은 전이나 지금이나 '호갱'이다"라며 보다 현실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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