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 브로커의 덫] ‘신불자’ 재기의 꿈마저 삼키는 먹이사슬

입력 2019-09-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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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 신불자→바지 변호사→음지 브로커

“회생·파산 업계만큼 브로커들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이 없어요. 회생절차를 잘 모르고 돈은 필요한 변호사·법무사와, 추심에 쪼들리면서 하루하루 죄책감과 불안감에 사는 신용불량자, 그리고 업계에서의 경험을 살려 크게 한 건 해먹으려는 브로커. 이들의 ‘삼위일체’가 회생업계 그 자체입니다.”

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가 진단한 회생·파산업계의 현실이다. 변호사·법무사의 안일함과 무관심, 신불자의 심리적 불안, 법에 대한 무지 등 3가지 요건만 충족되면 브로커가 활동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다는 의미다.

변호사들에게 회생·파산 사건은 별다른 매력이 없다. 기본적으로 단가가 낮다. 이혼소송만 해도 수임료가 수천만 원대를 넘는 경우가 파다하지만, 회생·파산 사건의 수임료는 평균 100만~200만 원 수준이다. 더구나 회생·파산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변호사들도 별도로 업무를 익혀야 한다. 한 변호사는 “사법연수원이나 로스쿨 그 어디에서도 회생절차에 대해서 배우지 않는다”며 “수익도 별로 안 나는 사건에 시간을 들이면서까지 수임하려는 변호사들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변호사 업계의 불황도 주요 요인이다. 이 변호사는 “최근 변호사 수가 급증하면서 경쟁은 치열해지는데 사건은 한정적”이라며 “월 100만 원대 수익도 겨우 내는 변호사들도 많다”고 말했다. 브로커들의 ‘달콤한 유혹’에 흔들리기 쉬운 환경인 것이다. 법률사무소에서 업무를 보며 쌓은 경험을 토대로 브로커들은 생활고에 시달리는 변호사나 법무사들에게 접근해 사무소를 차린다.

신용유의자의 경제적·정서적 상태도 한몫한다. 당장 채권추심에 시달리고 있는 신불자들은 정식 사무장인지, 변호사인지, 법무사인지, 또는 브로커인지를 분별할 겨를이 없는 것이다. 과거 브로커와 계약 경험이 있는 한 신불자는 “회생 상담은 의사한테 진찰받는 것과 비슷하다”며 “도통 알 수 없는 용어들로 설명을 하기 때문에 사리 분별을 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 법률사무소의 상담직원도 “상담을 신청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저자세인 데다 법률적인 지식도 전무한 경우가 많다”며 “브로커에게 피해를 보고도 그게 불법이었다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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