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에 이어진 고유가 행진이 자동차시장의 트렌드를 바꿔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국내에서 팔린 차들을 보면 이러한 변화가 뚜렷이 감지되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최근 내놓은 자료를 보면, 올 1월부터 7월까지 판매된 모델 중 가장 큰 폭의 감소를 보인 차종은 SUV인 것으로 나타났다. 액티언이 -59.6%로 가장 큰 폭의 감소율을 보였으며, 카이런(-57.4%), 렉스턴(-48.4%), 쏘렌토(-46.5%), 윈스톰(-45.3%) 등 대부분의 차종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들 차종은 경유가격의 고공행진에 직격탄을 맞았다.
미니밴들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로디우스는 -30.1%의 감소율을 나타냈으며 뉴 카렌스도 10.1%가 줄어들었다. 또한 트라제와 라비타, 레조의 단종도 미니밴의 약세를 부채질하는 데 일조했다. 다만 그랜드 카니발과 뉴 카니발은 증가해 대조를 보였다.
고유가 행진은 특히 소형차 시장에 치명타를 입혔다. 소비의 양극화로 대형, 중형 그리고 경차가 모두 증가했지만 소형차는 샌드위치 신세로 유일하게 판매가 10% 줄어들었다.
대형차의 경우는 기존 모델 대부분의 판매가 감소한 반면, 제네시스와 체어맨 W 등의 새 모델이 인기를 얻으면서 전체 판매량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대형차 시장의 최고 인기 차종인 그랜저도 -16.1%의 감소율을 보였으나, 새로 투입된 제네시스가 1만9천대 이상 팔리면서 새로운 인기차종으로 떠올랐다.
반면 인기를 끌던 오피러스는 제네시스 데뷔 이후 판매가 29.3%나 줄었다. 따라서 제네시스가 오피러스를 비롯해 그랜저와 체어맨 등의 수요를 골고루 잠식한 것으로 보인다.
중형급은 10.1%의 증가율을 보였지만 유독 SM5는 약세를 보였다. 가장 최근 신모델을 선보인 로체가 36.9%의 판매증가를 보였으며 쏘나타는 트랜스폼의 인기 덕에 판매가 26.4% 늘었다. 또한 중형차 시장 4위에 머물고 있는 토스카도 전년 동기보다 7.8%의 증가율을 보였다. 그러나 SM5는 대량 리콜 파문의 충격 속에 전년 동기보다 22.8%나 줄어드는 아픔을 맛봤다.
올해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경차가 IMF 이후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는 점이다. 국산 경차는 기아 뉴모닝과 GM대우 마티즈, 단 두 차종에 불과하지만 이들 차종이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7%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5.6%에 비하면 엄청나게 늘어난 수치다.
특히 모닝은 지난해 7월까지 1만4584대가 팔렸으나 올해는 5만2629대가 팔리며 전년 동기 대비 260.9%의 기록적인 증가율을 나타냈다. 경차는 연료비가 적게 들어갈 뿐 아니라, 취득세와 등록세 및 도시철도채권 매입이 면제되고 각종 통행료가 할인되는 등 경제성이 높아 당분간 큰 인기를 누릴 전망이다.
기아차 관계자에 따르면 “지금 뉴모닝을 주문해도 3~4개월을 기다릴 만큼 인기가 폭발적”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전년도 수준으로 판매가 회복된 프라이드가 뉴모닝의 바람을 이어받을 수 있을지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