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2일 개막돼 100일간의 회기에 들어갔다. 여야는 교섭단체 대표연설(17∼19일), 대정부 질문(23∼26일), 국정감사(9월 30일∼10월 19일), 예산 시정연설(10월 22일) 등의 일정에 합의했다. 하지만 순조로운 진행을 기대하기 힘들고, 파행의 우려가 더 크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과 선거법 개정이 걸림돌이다. 당초 여야가 2∼3일 열기로 했던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증인채택 문제로 무산됐다. 자유한국당은 가족들의 증인채택을 양보하겠다며 5일 후 다시 청문회를 열자고 제의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이 거부했다. 그리고 조 후보자는 일방적으로 ‘대국민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을 소명했다. 청와대는 야당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장관 임명을 강행한다는 수순이다. 여야가 극한 충돌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9월 정기국회는 ‘예산국회’다. 정부의 지난 1년간 국정을 평가하는 국정감사도 이뤄진다. 정부는 3일 513조5000억 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31조5000억 원의 통합재정수지 적자를 감수한 초(超)슈퍼 예산 편성이다. 어느 때보다 꼼꼼한 심사가 필수적이다. 민주당은 경제여건 악화로 확장적 재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대폭 삭감을 주장한다. 특히 보건·복지·노동 분야의 선심성 퍼주기 예산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을 방침이다. 하지만 국회가 멈춰 서면 예산안을 제대로 따져보지도 못한다.
무엇보다 경제를 살리기 위한 입법이 최대 현안이다. 벌써 8년째 국회에 발이 묶여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비롯,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 기업들의 애로가 큰 화학물질등록법 및 관리법 개정, 빅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등 어느 것 하나 급하지 않은 게 없다. 각종 규제의 혁파도 다급한 과제다.
20대 국회에서 제출된 의안은 2만2479건에 이른다. 그러나 본회의에서 처리된 것은 6867건으로 처리율이 겨우 30.5%다. 역대 최악의 ‘무능 국회’다. 이번 정기국회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가 제대로 기능할 마지막 기회다. 그런데도 허송세월할 우려만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가 총체적 위기에 빠져든 상황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과 거대 야당 한국당이 당리당략에만 매몰돼 민생을 팽개치고 있는 상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화와 타협은 실종됐다. 이런 국회가 존재할 이유가 있느냐는 비판도 잇따른다. 국정을 이끄는 집권 여당의 책임이 크다. 경제를 살리고 민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야당의 협력도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 국회 파행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여야가 싸울 땐 싸우더라도 다급한 경제 현안과 산적한 입법 과제부터 챙기고 민생을 보듬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