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 보복 후 첫 불화수소 수출 허가…WTO 제소 의식한 듯

입력 2019-08-29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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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2일(현지시간)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기로 각의 결정하고 나서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
일본이 지난달 경제 보복 이후 처음으로 한국 기업에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수출 허가를 내줬다.

2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 한국 기업에 대한 에칭 가스 수출을 허가했다. 고순도 불화수소가 한국에 수출된 건 일본이 지난달 4일 에칭 가스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 리지스트 등 반도체 원자재 수출을 규제한 이래 처음이다. 포토 리지스트는 이달 들어 두 차례 한국 수출이 허가됐다. 산업부는 영업 비밀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에칭가스 수입 업체와 수입량은 함구하고 있다.

일본의 수출 허가는 한국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당한 이유 없이 반도체 원자재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면 WTO 분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최근 WTO 제소를 위한 법리 검토를 마치고 제소 타이밍을 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본으로서도 WTO 분쟁을 앞두고 '수출규제 이후에도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이 포토 리지스트에 이어 에칭 가스 수출까지 허가하면서 우리 정부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특히 일본이 전날 한국을 백색 국가(화이트 리스트ㆍ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배제하면서 한일 관계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정부는 아직 표면적으론 강경 기조를 지키고 있다. 산업부 측은 "정부 입장은 똑같다. 일본이 완전히 수출 규제를 원상복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일본이 수출 규제를 철회하지 않으면 다음 달부터 일본을 백색 국가에서 제외하는 전략물자수출입고시를 강행할 계획이다. 고시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비민감 전략물자로 분류한 1138개 품목은 산업부의 개별허가를 받아야 일본에서 수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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