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아들, 5·18묘지 참배 "진심으로 사죄"…5·18기념재단 "이제라도 피해 당사자 직접 만나야"

입력 2019-08-27 10:05수정 2019-08-2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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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국립 5·18민주묘지 사무소)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54) 씨가 23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1시간가량 참배하며 아버지를 대신해 사죄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5·18기념재단 측은 "뜻밖의 일이기도 하고 여러 가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27일 방송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은 5·18 학살 만행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사람이고, 그 아들이 참배하고 사죄를 한 셈인데 우선 의미가 있다"며 "지금 5·18 진상 규명 문제가 마지막 과제로 부각돼 있는데, 결국 중요한 게 5·18 학살 만행의 가해자들이 본인의 그런 행위를, 저지른 죄를 고백하고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씨가 그 실마리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조진태 상임이사는 노재헌 씨의 5·18묘지 참배에 대해 "요란법석 떨지 않고 조용히 와서 참배하고 사죄를 빌었다는 점에서 그 마음의 어떤 진정성이 느껴지는 바가 없지는 않다"며 "그런데 이게 또 국민에게 모두 알려지지 않았나. 이미 개인의 일이 아니게 된 셈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이 참배와 사죄를 했다는 것은 벌써 개인의 문제를 떠난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제 노태우 전 대통령이 살아 있을 때 본인의 입으로 당시 5·18 학살 만행에 피해를 당한 피해 당사자와 고통을 같이 느끼고 견뎌야 했던 국민에게도 사죄하고 용서를 비는 일이 노태우 전 대통령이 해야 할 가장 또 중요한 일이라고 본다"라며 "노태우 전 대통령이 몸이 안 좋은 상태라면 노재헌 씨가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서 참배와 사죄를 한 만큼 이제 피해 당사자를 직접 만나서 사죄와 용서를 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조진태 상임이사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5·18 당시 저지른 일에 대한 다양한 기록물 혹은 연관된 자료가 있을 것"이라며 "이런 역사적 사건과 연관된 부분에서는 한점도 숨김없이 노태우 전 대통령 본인의 행적은 물론, 같이 주도해서 만행을 저지른 전두환 전 대통령 일당에 대한 그런 다양한 행적에 대해서도 국민에게 공개해서 5·18 혐오적인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일에도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조진태 상임이사는 "전두환 전 대통령은 광주 재판에 출석했다가 그 행동에 국민 모두 다 분노를 하지 않았나. 반성의 일말의 어떤 모습도 우리가 찾아보기 힘들었다"며 "자신의 입으로 '잘못했다' 한마디만 했더라면, 광주 시민들은 우리가 받아들여 주자고 하는 기대를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그 기대가 얼마나 허망한 것이었는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입을 통해서 확인했던 거고, 그 아들들이 지금 여러 가지 벌이고 있는 본인들이 약속했던 재산 환수 노력 역시 전혀 지금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얼마나 우리 국민을 속이고 있는 거냐. 어떤 식으로든 권력을 잡으면 본인은 부를 누릴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자식들에게조차, 3대째 가는 셈"이라며 "국민을 속이고 억압하면서 이뤘던, 가졌던 권력, 그리고 누렸던 부조차도 세습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노재헌 씨의 5·18 민주묘지 참배는 아버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뜻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노재헌 씨는 참배를 위해 민주의 문에서 방명록을 작성하며 피해자들에게 사죄했다. 그는 방명록에서 "삼가 옷깃을 여미며 5·18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분들 영령의 명복을 빕니다. 진심으로 희생자와 유족분들께 사죄드리며 광주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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