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차단" VS "국제유가 안정세"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국제유가가 최근 하락세로 접어든 가운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7일 열리는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어떻게 결정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7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물가 급등세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과 '국제유가 상승세가 진정된 만큼 섣부른 금리인상은 경기회복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물가급등에 힘 받은 '인상론'
기준금리 인상론이 힘을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올 들어 물가 급등세가 지속되고 있고 시중유동성 증가세 역시 꺾이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고유가의 '직격탄'을 맞으며 생산자물가는 두 자리 수 이상 급등세를 지속하고 있고, 소비자물가도 증가율이 6%대를 위협하고 있다.
물가상승의 주범인 국제유가와 국제원자재가격이 최근 하락세로 돌아섰다고는 하지만 몇 달간의 시차를 두고 물가에 반영되는 현실은 감안하면 향후 몇 달간은 물가상승세를 막을 방법이 달리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이번 금통위에서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금리인상을 통해 확실한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5일 증권업협회 설문조사에서 채권시장 종사자들의 약 58%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한 반면 금리동결은 42%에 그쳤다.
증협은 "물가상승 압력은 지속되고 있으며 유동성 또한 높은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기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하여 8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예상이 크게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앞서 이성태 한은 총재도 지난달 9일 금통위 개최 후 갖은 기자간담회에서 "경기가 악화되고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정책을 선택할 때 여러 측면을 보고 균형잡힌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한은이 본질적으로 부여받은 임무가 무엇인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해 금리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섣부른 금리인상은 경기회복 걸림돌"
하지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섣부른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 역시 큰 게 사실이다. 물가상승과 내수경기 침체의 주범이었던 국제유가 및 원자재가격 급등세가 최근 빠르게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배럴당 150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는 지난 5일 장중 120달러까지 무너지면서 급락세를 보였다. 또 고공행진을 거듭했던 밀가루 등 곡류가격도 최근 투기자본이 빠져나가면서 안정세를 되찾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섣부르게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모처럼 맞은 경기회복세 찬물을 끼엊는 꼴이어서 금리동결 후 경기상황을 지쳐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5일 '최근 경제상황과 금리정책 방향'이란 보고서를 통해 "기준금리 인상은 물가를 안정시키는 효과는 약하고, 은행 대출금리만 상승시켜 기업과 가계의 이자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2005년 10월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시작한 이후 오히려 유동성은 빠르게 증가했고, 은행 대출금리는 급격히 상승했다"면서 "금리인상이 유동성 증가세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도 "최근 물가가 급등했고 유동성이 풍부해진 것은 사실이나 최근 경기상황을 감안할 때 기준금리 인상이 바람직스러운지 의문스럽다"면서 "고유가 문제가 진정된 만큼 일단 금리를 동결하고 경기상황을 주시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한국은행이 물가안정과 경기회복 두 가지 과제를 놓고 깊은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금통위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지 금융권이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