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찬국의 세계경제] 긴 흐름에서 봐야 할 경제뉴스 두 가지

입력 2019-08-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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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충남대 무역학과 교수

국내외에서 굵직한 경제 뉴스들이 이어지는 게 장마철 집중호우를 닮았다. 파장을 감안하면 일본의 수출제한조치가 으뜸일 것이다. 지난주 금요일 일본 정부의 ‘백색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한다는 발표 이전부터 이미 연쇄 반작용은 시작됐다. 소식은 그 외에도 여럿이다. 일본의 조치와 금리 인하 두 가지 사안의 효과와 유의점을 생각해 본다.

일본 제품 불매, 여행 자제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 정당 연구소가 이런 일이 내년 봄 선거에서 득표에는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세상만사가 처지에 따라 새옹지마(塞翁之馬)임을 새삼 느낀다. 경제적 측면에서 이번 조치의 효과는 단기적으로 부정적이고 장기적으로는 확실치 않다. 그간 세계 공급사슬망의 안정된 축을 이루던 한국과 일본의 고리에 문제가 생겨 우리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부품·소재 조달에 문제가 발생했다. 이미 업황 악화로 사정이 어려운 기업들에 심각한 악재이다. 양국이 서로에게 주요 교역국이기 때문에 도발과 보복이 이어지면 양국 경제에 부정적이다. 벌써 가시화된 방문객 감소가 좋은 예이다. 관계가 악화되어 제한조치가 확대되면 우리 기업들의 피해도 커질 것이다. 양국 산업이 관여하는 공급사슬망이 복잡하기 때문에 어디에서 어떤 식으로 지뢰가 터질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국내 중소기업들이 제품을 개발했는데 대기업이 쓰지 않았다는 비판과 함께 장기적으로 국내에서 부품·소재 산업의 진흥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그간 흔히 듣던 대기업 행태에 대한 지적을 감안하면 이런 비판은 이상하다. 하청 중소기업 후려치기를 잘하는 대기업이 유리한 조건의 국내 공급선을 놔두고 왜 일본 공급처에 아쉬운 소리하며 (아마도) 비싸게 사올까? 필요한 물품을 국내에서 충분히 조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에서 ICT 주요 부품·소재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들을 키우는 것이 어려운 일임을 반증한다. 빠르게 진화하는 제품과 산업구조를 감안하여 관련 산업 정책이 근시안적인 뒷북치기가 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 아울러 양국 간 공급사슬망이 손상되면 국내 기업들이 해외 생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정책금리 인하이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그리고 지난주 미국의 연준이 정책 금리를 0.25%포인트 낮추었다. 물가 추세가 두 나라 모두에서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경제전망이 나빠지며 취해진 통화정책 완화 조치이다. 닮아 보이는 것은 여기까지이다. 지난 10여 년 두 나라의 경제는 매우 대조적인 궤적을 보였다. 미국 경제는 양호한 성장세와 일자리 증가를 보여 온 반면, 한국 경제는 저성장과 고용 악화가 지배적 추세였다.

작년 한국의 2.7% 성장률을 상회하는 2.9% 성장을 기록한 미국은 무역전쟁 등 불안 요인으로 향후 경기 둔화를 우려해 지난주 금리를 10년 만에 처음으로 낮추었다. 그런데 금리인하를 공개적으로 요구해온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국의 주식시장은 기대에 비해 인상폭이 낮았고, 향후 추가 인하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고 불만이다. 이번 금리 인하가 미중 무역전쟁의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는 단기적 심리적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근래 미국 경제가 취약한 부문은 기업들의 투자 부진이다.

투자 활황을 예고하며 2년 전 단행된 트럼프 감세는 투자가 아니라 자사주 매입으로 이어졌다. 금리 인하가 무역전쟁에 따른 불확실성 증폭이라는 부정적 영향을 상쇄해서 투자를 진작시킬 수는 없다. 단기적 효과가 제한적인 가운데 장기적으로 부정적 요인이 크다. 아직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완화 정책으로 늘어난 유동성이 풍부한 상태인데 추가 금리 인하로 부동산과 금융자산, 취약국에 쏠리는 현상이 더 강해질 수 있다. 따라서 조정 과정에서 자산 가격 급락 등 10년 전과 같은 공포 영화를 다시 상영할 개연성이 여전히 높다.

국내에서도 추가 금리 인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하가 풀지 못하는 구조적 악재가 많기 때문에 그 효과에 대한 지나친 기대가 걱정이다. 수출부진, 노동비용 상승과 파업으로 인한 투자 부진이 지속되며 작년 초부터 6분기 동안 제조업 생산능력 지수가 하락했다. 금리가 만병통치약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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