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日, 불화수소 유출 구체적 근거 제시 못해…한일 양자협의

입력 2019-07-12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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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기업 미흡 때문에 수출통제…추후 회동 제안엔 응답 없어

▲12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 경제산업성 별관 1031호실에서 열린 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 규제 강화 조치와 관련한 양국 과장급 첫 실무회의에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찬수 무역안보과장(오른쪽)·한철희 동북아 통상과장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19.7.12(연합뉴스)
일본의 반도체 원자재 수출 규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한일 통상당국 간 회동이 양국 간 견해차만 확인한 채 끝났다. 특히 일본 측은 우리 불화수소가 북한으로 유출됐다는 구제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대표단은 일본 경제산업성 당국자와 12일 오후 일본 도쿄에서 5시간 간 회동했다. 대한(對韓) 수출 규제 경위에 관한 일본 측 소명을 듣고 우리 입장을 전하기 위해서다. 이번 만남은 1일 일본이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리지스트, 에칭 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 반도체 원자재의 대한 수출 통제 방식을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후 열리는 첫 양국 통상당국 간 회동이다.

한국에선 전찬수 산업부 무역안보과장과 한철희 동북아통상과장이, 일본에선 이와마쓰 준 무역관리과장과 이가리 가쓰로 안전보장무역관리과장이 대표로 나섰다. 애초 한국은 국장급 고위 간부끼리 만나자고 제안했지만 일본이 과장급 실무 회동을 주장하면서 대표단의 급(級)이 낮아졌다.

이날 일본은 이번 회동이 '수출관리에 관한 사무적 설명회'라고 못 박았다. 양국 간 입장을 조율하는 자리가 아니라 자국 입장을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자리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9일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도 9일 “(수출 규제 조치는) 협의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번 회동에서 양국은 줄곧 평행선을 달렸다.

일본 대표단은 한국으로의 반도체 원자재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주된 이유로 자국 기업의 관리 역량 부족을 들었다. 공급 업체의 수출 관리가 미흡할뿐더러 한국 기업 요구로 납기를 줄이는 과정에서 수출 관리가 더 부실해진다는 주장이다. 일본 대표단은 한국으로 반도체 원자재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법률적으로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했다고도 주장했다. 다만 구체적인 사례는 제시하지 않으면서 북한 등 제3국으로의 유출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국 대표단은 일본이 제시한 수출 규제 사유가 추상적이라고 비판했다. 수출 규제를 발표한 이후 상대국과의 3일 만에 규제를 강행한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도 꼬집었다. 대표단은 그러면서 통상 90일에 이르는 개별허가 기간을 단축해달라고 요구했다.

일본 대표단은 화이트 국가(전략물자 수출 우대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겠다는 뜻도 다시 확인했다. 한국이 재래식 무기에 대한 캐치올 통제(상황허가ㆍ전략물자는 아니지만 대량살상무기ㆍ재래식 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물자의 수출을 특별허가로 통제하는 제도)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는 게 일본의 주장이다.

일본 측은 최근 3년간 양국 전략물자 담당 당국자 간 회동이 열리지 않아 양국 간 신뢰가 훼손됐다고도 말했다. 산업부와 경제산업성은 올 3월 이후 당국자 간 회동을 열기로 했지만, 양국 관계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재개되지 못했다.

한국 대표단은 일본 주장과 달리 캐치올 통제 제도가 제대로 운용되고 있고 전략물자도 일본보다 강력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맞섰다. 당국자 간 회동 재개에 대해선 24일 전에 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 일본이 24일까지 화이트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조치에 대한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때 국장급 고위공무원 간 회동을 열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일본 대표단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이날 회동에서 한국 대표단은 강제징용 판결과 경제 보복간 관계를 시사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발언에 대한 소명도 요구했지만 일본 측은 마땅한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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