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과 발전자회사 6곳이 지난해 경영실적을 조작, 경영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수법으로 허위자료를 제출, 이를 토대로 899억원 규모의 상여금을 과다지급하는 등 '돈 잔치'를 벌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가스요금이 줄줄이 오는 상황에서도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한전, 899억원 '돈 잔치'
감사원은 30일 공공기관 감사의 일환으로 한전 및 6개 발전자회사에 대해 기관운영 감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은 문제점을 적발하고 한전 사장에게 주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한전은 기획재정부 장관이 구성한 공기업·준정부기관 경영평가단의 경영평가에 따라 경영실적을 확정하고 인센티브 상여금 지급률을 결정하고 있지만, 지난 2006년에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미 보전을 받은 석유수입부과금 1787억원을 공공이익과 부가가치에 가산하는 방식으로 허위 경영실적 자료를 경영평가단에 제출했다.
하지만 유류사용분에 대해 보전해주는 명목의 석유수입부과금 환급제도는 2005년 3월 이미 폐지됐다.
한전 등은 이를 통해 2006년 경영평가에서 1.009점에, 인센티브 상여금 지급률도 19%포인트 높게 받았고, 이를 토대로 지난해 직원들에게 상여금을 216억원 과다 지급했다.
또 한전은 발전자회사에 전력구입비를 적게 지급하는 방법으로 발전자회사의 영업이익을 줄이는 대신 자사의 2006년 영업이익을 7504억원 규모로 늘렸다. 그 결과 한전은 경영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뒤 683억여원을 상여금 명목으로 지급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한전이 경영실적 자료를 부당하게 제출한 결과, 경영평가단은 2006년도 한전의 경영실적을 4.136점으로 평가했고, 인센티브 상여금 지급률도 79%포인트 높게 책정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전 등이 2007년에도 같은 방법으로 2427억원의 석유수입부과금을 경영실적에 집어넣었다는 것. 따라서 한전 등은 올해 치러지는 2007년 경영평가에서도 실제보다 0.350점 더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감사원측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전은 해명자료를 통해 "처음부터 경영실적보고서에 수입부과금 환급 폐지액을 신청하지 않았다"면서 "단지 연료비 폭등에 따른 영향요인을 평가에 보정받기 위해 연료비 상승분을 평가단에 보정 신청했다"고 반박했다.
◆전기, 가스안전공사 '도덕적 해이' 심각
한국전기안전공사와 한국가스안전공사의 '도덕적 해이'도 심각했다.
감사원이 이날 공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전기안전공사의 공사직원 A씨는 지난 3월 경기도 하남시 일대 780개소 일반용 전기설비 중 374개소를 점검한 뒤 '적합' 판정을 내렸지만, 감사원이 확인한 결과 이 직원은 전체의 27.5%인 103개소에 대해서는 안전점검은커녕 현장방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남시가 감사원의 표본 검사 지역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국의 전기설비 점검 역시 부실할 가능성이 높다고 감사원측은 지적했다.
하지만 전기안전공사는 지난해 473억원의 자본잠식 상태에도 불구, 퇴직금 중간정산 누진제를 1년 늦게 적용하는 방법으로 중간정산금을 10억원 더 많이 지급했고, 시간외 근무수당도 규정보다 54억여원을 더 지급했다.
가스안전공사도 2006년 6월 직원에 대한 성과급 총액을 예산기준에 따른 정당금액보다 15억1100만원 더 많게 산정, 지급한 사실이 적발됐다.
한편 가스안전공사는 고압가스시설 안전검사 등 본래 업무 이외에 민간업체에서 하고 있는 용접사 인정사업, 정비업체 인정사업을 해오다 감사원의 주의 조치를 받았다. 감사원은 관련 사업을 당장 폐지하고 해당 조직과 인력을 조정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