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시장으로 시선을 옮기며 자금 유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투자 엑소더스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상장사들의 경쟁력 강화와 친주주 정책을 주문했다.
8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해외주식 거래금액은 180억7406만 달러(한화 21조3635억 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7년 93억1674만 달러(11조123억 원)와 비교하면 93.99% 증가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주식 거래금액은 1141조6569억 원으로 14.90% 증가에 멈췄다. 문제는 해외주식 투자가 활발해 질수록 자금유출 우려도 커진다는 점이다.
코스피의 매력을 저하시키는 원인으로는 실적 부진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와 대내외 변수들이 지목되고 있다. 특히 연초 이후 글로벌 증시가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며 빠르게 회복하고 있지만 한국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각각 19.14%, 22.14%, 홍콩과 일본도 14.50%, 11.17% 급등했지만 코스피는 4% 상승에 그쳤다.
최석원 SK증권 센터장은 “반도체 제재와 미중 무역갈등 등의 이슈로 국제 교역량이 줄면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타격을 받게 됐다”며 “또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수 있는 종목이 부진해 국내투자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린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우리나라의 성장성에 대해 의심을 받고 있는데 특히 개인투자자가 국내에 믿고 살만한 주식이 없다”며 “최근 코스닥시장에서 바이오주가 무너지는 등 문제가 많이 발생했는데 믿고 투자할 종목이 없는 점도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국내 투자자들은 최근 한달 동안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아마존(1015억7033만 원), 마이크로소프트(994억3504만 원), 알파벳(897억9400만 원), 엔비디아(521억6764만 원) 등을 대량으로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 역시 각각 4.42%, 3.36% 상승했다.
시장별로는 미국(15조407억3724만 원), 홍콩(3조1618억9728만 원), 중국(1조1289억9912만 원), 일본(1조972억6242만 원), 유럽(2160억5778만 원) 순으로 매매가 많았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센터장은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우리 증시는 해외증시와 디커플링이 지속되고 있다”며 “해외증시와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국내 증시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특히 새로운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부족하고 선진국 대비 주주환원정책이 빈약해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렸다고 본다”며 “특히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기술주 중심의 ETF(상장지수펀드) 구매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짚었다.